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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직항로 개설할 수 있지만… 실제 운항은 제재 풀려야 가능

입력 | 2018-05-08 03:00:00

경협사업 성사 가능성 따져보니




《한반도 시계가 빨라지면서 남북 간 경제협력 재개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남북 간에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서해 평화수역에서 함께 어로 활동을 하는 등 다양한 협력사업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 없이 실질적인 경협사업은 한 발짝도 떼기 어려운 실정이다. 남북 주요 경협사업의 걸림돌과 추진 가능성을 살펴봤다.》



정부가 3일 ‘범정부 판문점 선언 이행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첫 과제로 산림협력을 추진하면서 남북 협력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들도 머리를 맞대고 우선적으로 추진이 가능한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여전히 가동 중인 만큼 신중한 모습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와 미국의 독자제재를 고려한 주요 남북 경협사업 성사 가능성을 살펴봤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이 발표한 ‘판문점 선언’은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는 것을 ‘1차적 과제’로 명시했다.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은 2003년 복원됐지만 10여 년간 운행이 중단돼 유지·보수가 필요하다. 동해선은 남측 강릉에서 제진까지 110.2km 구간이 끊어진 상태다. 문산∼개성 고속도로 사업이나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등도 추진 대상이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1호와 2375호는 북한과의 합작사업을 금하고 있다. 2375호 18조에 ‘이익을 창출하지 않는 공공인프라에 대한 예외조항’이 있어 일각에서는 이를 염두에 두고 판문점 선언에서 철도와 도로를 언급했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예외를 인정받으려면 안보리 제재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동해선이나 경원선의 남측 단절 구간을 복원하는 것은 제재와 관계없이 당장 가능하지만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합의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국내외 기류를 살펴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해 평화수역 조성과 관련해 남북이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는 것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해 남북이 합의를 해도 이 일대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는 것은 유엔 및 미국의 대북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2371, 2397호)는 북한의 수산물을 수입하거나 조업권을 사는 것을 금지한다. 미국도 북한과 어업거래를 하는 기업이나 개인을 제재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각자 정해진 구역에서 어로활동을 하는 자체는 위반이 아니지만 여기서 얻은 수산물을 수출하거나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당장 평화수역이 설정돼도 공동어로나 조업권 거래, 해상 파시(波市)는 제재가 해소돼야 가능하다”고 했다.

국제 제재와 상관없이 남북 간 합의만으로 당장 추진할 수 있는 사업도 있다. 연안해운협력이 대표적이다. 2005년 채택된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라 남북은 각자 7개 항(港)을 개방하고 이곳을 통해 물자를 수송했다. 하지만 2010년 5·24조치로 선박 왕래가 금지됐다. 따라서 북한의 선박이 국내로 들어오는 건 한국의 제재만 풀리면 가능하지만 안보리의 제재 리스트에 오른 북한 선박은 들어올 수 없고 교역제한물품을 싣고 오는 것도 금지다. 2016년 이후 안보리는 북한의 주요 수출품 대부분을 제재 대상에 넣었다. 수송을 대가로 현금이 북한으로 지급되는 것도 제재 대상이다.

남북 간 직항로를 개설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양국 간 직항로 개설은 협정을 맺은 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규정에 따라 공표하면 된다. 일본 NHK는 북한이 ICAO에 한국과의 신규 노선을 개설하고 싶다고 제안해 7일 직원 2명을 평양으로 파견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하지만 남북 항로를 이용하는 것은 대북제재가 풀려야 가능하다. 미국은 북한에 들어간 항공기는 180일 이내에 미국에 착륙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직항로와 별개로 북한 내 항로를 이용하는 것도 공역 이용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북한으로 대량의 현금 유입을 금지한 유엔 제재 위반이다.

대북제재 전문가들은 인도적 목적의 사업 외에 대부분의 경협사업이 실효성 있게 추진되려면 우선 국제 제재가 해소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의 의지만 있다면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결의안 통과가 언제든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경제학부)는 “대북제재는 북한의 비핵화 이행조치에 따라 단계적으로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완전한 제약 없이 남북 경협이 가능해지려면 최소한 1, 2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