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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술탄 등극 저지”… 터키 ‘철의 여인’

입력 | 2018-05-08 03:00:00

6월 대선 야당 후보 악셰네르
내무장관 출신 카리스마 넘쳐… “억압시대 끝낼 것” 야권연대
에르도안 과반 득표 실패땐 결선투표서 1%P 우위 전망도




다음 달 24일 터키에서 치러질 대통령 조기 선거에서 메랄 악셰네르 좋은당(IP) 대표(61·사진)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현직 대통령(64)의 ‘술탄(황제) 등극’을 저지할 유일한 대항마로 주목받고 있다. 2003년 총리로 취임한 뒤 2014년 직선제 대통령이 된 에르도안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면 5년 중임제에 따라 2028년까지 장기 집권할 수도 있다.

영국 더타임스는 6일 “터키의 세련된 ‘암컷 늑대’ 메랄 악셰네르가 억압을 끝낼 것을 약속하며 에르도안에게 대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악셰네르 대표는 “어떤 압력도 시대의 변화를 막을 수 없다”며 “현 정부는 국민을 겁줘 굴종시키고, 우리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데 모든 권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에르도안 정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악셰네르 대표는 지난해까지 우파 야당 민족주의행동당(MHP) 소속이었다. 그러나 MHP 지도부가 에르도안 대통령이 발의한 대통령제 강화 개헌안에 협력하자 탈당해 IP를 창당했다. 터키 내무장관을 지낸 카리스마 넘치는 악셰네르 대표는 궁지에 몰린 야당의 마지막 희망이다. 1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악셰네르 후보의 지지율은 24.6%로 정의개발당(AKP) 후보로 나선 에르도안 대통령(41.1%) 다음으로 높았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의 득표가 과반에 못 미쳐 결선투표로 이어지면 악셰네르 후보가 에르도안을 1%포인트 차로 앞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세속주의를 표방하는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은 에르도안 후보를 상대로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다. 최근 IP, 행복당(SP), 민주당(DP) 등 야권 연대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CHP는 결선 투표에서 악셰네르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태세다.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소네르 차압타이 연구원은 “악셰네르 후보가 우파들로부터 많은 표를 끌어올 것”이라며 “또 그녀는 민족주의자적인 선의를 가지고 있고, 보수적이면서 실천적인 무슬림이지만 히잡을 쓰지 않는다. 그것은 중도좌파 진영의 표를 얻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악셰네르 후보 역시 자신이 우익 민족주의자들과 중도 진영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스 이민자의 손녀인 악셰네르 대표는 “IP는 모두에게 열려 있다”고 말하지만 그가 쿠르드족에 차별적인 MHP 출신이라는 점은 약점으로 작용한다. 그가 내무장관을 지냈던 1996, 1997년은 쿠르드족에 대한 인권 유린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개헌 이후 치러지는 첫 대선으로 총선도 함께 열린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