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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해빙에 현대그룹 기지개… 현정은회장, 경협TF 진두지휘

입력 | 2018-05-09 03:00:00

금강산-개성관광 재개에 집중
현대아산-전략기획본부 실무… 그룹 계열사 대표들이 자문역
7대 SOC사업권 인정여부 변수




현대그룹이 남북 경제협력(경협) 재개 분위기에 발맞춰 그룹 내 ‘남북경협사업 태스크포스팀(TFT)’을 본격 가동한다. 그룹 차원에서 남북 경협에 참여하며 재도약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8일 현대그룹에 따르면 이번 남북경협사업 TFT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아 진두지휘한다. 현대아산 대표와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장이 대표위원을 맡아 실무를 책임지고, 현대그룹 계열사 대표들이 자문역할을 맡는다. 실무조직은 현대아산 남북경협 운영부서와 현대경제연구원 남북경협 연구부서, 전략기획본부 각팀, 그룹커뮤니케이션실 등으로 나누고 경협 전문 인력을 배치해 사업 전략과 로드맵을 짠다.

TFT는 매주 화요일 정기 회의를 열고, 사안에 따라 수시 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특히 그룹 내 남북경협 전문 기업인 현대아산은 대표이사를 팀장으로 하는 ‘남북경협재개준비 TFT’를 별도로 구성해 세부적인 사업 준비 작업에 들어간다.

현 회장은 이날 “남북경협사업을 통해 남북 화해와 통일의 초석을 놓고자 했던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나가자”며 “지난 20여 년간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재개 준비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남북경협사업 TFT는 우선 2008년 중단된 금강산 관광 및 개성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실무 검토에 집중한다. 1998년 시작한 금강산 사업은 2008년 7월 ‘관광객 피살사건’ 이후 사업이 중단됐다. 현대그룹은 약 19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했고 2005년부터 관광이 중단되기 전까지 흑자를 기록했던 사업인 만큼 사업성은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약 6000억 원을 투자한 개성공단 사업도 남북경협이 재개되면 서울과 인천경제자유구역의 후방 생산기지 역할을 하면서 대륙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북측과 맺은 7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한 사업권 주장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아산은 2000년 8월에 북측과 합의해 철도, 통신, 전력, 통천비행장, 금강산 물자원, 주요 명승지 종합 관광사업(백두산, 묘향산, 칠보산) 등 7대 SOC 사업에 대한 사업권을 얻었다. 북한의 원산·통천지구 협력사업 개발에 관한 합의서도 맺었다. 사업 기간은 30년 이상으로, 현대그룹은 약 5300억 원의 선수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현대그룹은 당시의 합의서가 아직도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합의서를 처음 맺은 뒤 2003년에도 북측이 7개 사업에 대한 이행 의지를 밝혔고, 현대아산이 보유한 대북사업권은 제3국보다 우선적으로 북측 내 주요 사업권을 확보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공식적으로 현대그룹의 사업권을 인정해줘야 현대그룹이 추진할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11년 북한은 금강산 관광 사업에서 현대아산의 독점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그룹이 주장하는 북한의 7대 SOC사업권도 합의를 한 지 18년이나 지난 상황이라 사업권리가 유효할지도 의문이다. 유엔 대북제재라는 대외적인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현대그룹이 아직 북한 측과 실무 논의를 한 것도 아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북한 측과 접촉을 하지도 않은 상태로 남북경협 재개를 준비하는 수준”이라며 “다만 남북경협을 오랫동안 해온 만큼 북한의 결단과 대내외적인 환경이 우호적으로 유지되면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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