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핵합의’ 파기 여부 9일 발표
이란 핵 합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 사이에 체결된 협정이다. 이란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6개국은 대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핵 합의 일몰 조항의 기간이 너무 짧아 “이란이 다시 핵을 개발할 수 있다”고 비판해 왔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과 테러단체 지원 등에 대한 제한 규정이 합의안에 담기지 않은 점도 문제로 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이란 문제에 대해 생각이 달랐다”는 이유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잇달아 경질했다. 매파로 알려진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대사를 후임으로 각각 임명하면서 강경한 대이란 정책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은 일찌감치 ‘핵 합의 파기’ 쪽으로 기울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는 7일 자신의 트위터에 “그(존 케리)는 애초에 이런 난장판을 벌여 놓은 사람이다!”라고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을 비난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국무장관이었던 그는 이란과의 핵 합의 과정에서 산파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그는 최근 두 달 새 두 차례나 이란 외교부 장관을 만나는 등 핵합의 당사국 주요 인사들과 비선 접촉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한 유럽 외교관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제재 유예를 연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사실상 핵 합의를 철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미국을 국빈 방문해 중재안을 제시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사정 때문에 이 합의를 끝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미국 없는 핵합의 유지될까
그러나 미국이 탈퇴할 경우 핵 합의가 제대로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핵 합의를 파기한 미국이 절차에 따라 유예 중인 대이란 제재를 180일 이내에 재개하면 당장 유럽 기업들은 이란과의 거래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핵 합의 당사국인 독일과 프랑스 외교장관은 7일 독일 베를린에서 회담을 갖고 “우리는 ‘실패(철회)로 긴장이 고조되고 2013년 전으로 퇴보하는 것이 두렵다”며 이란 핵 합의에서 떠나지 말 것을 미국에 촉구했다. 워싱턴을 방문 중인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도 전날 뉴욕타임스(NYT) 칼럼을 통해 “분명히 약점이 있지만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제약을 없애 이득을 보는 건 이란뿐”이라고 설득에 나섰다.
○ 커지는 이란 핵개발 위험
문제는 미국이 즉각적인 대이란 제재를 강행하는 시나리오다. 핵 합의 이후 경제적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평가하고 있는 이란은 미국의 제재로 또다시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히면 핵 개발로 돌아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란이 핵 개발을 재개하면 이미 핵을 보유한 이스라엘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중동 지역에서 핵개발 경쟁이 확산할 우려가 커진다.
카이로=박민우 minwoo@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