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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제 할 일은 못하고 靑 코드 맞추며 1년 보낸 장관들

입력 | 2018-05-09 00:00:00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인 지난해 4월 23일 TV 토론에서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를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책임장관’이라 불릴 만큼 자율성과 책임감을 갖고 진두지휘한 장관이 있을까. 지난해 무력 충돌 위기가 고조될 때는 물론이고 올 들어선 김정은의 유화정책으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데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보이지 않는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기간제교사 정규직화 논란 등 현안들이 터져도 뒷짐 진 듯한 모습만 보이다 입시정책을 놓고는 오락가락했고, 결국 대입 제도 개편 등 주요 결정사항을 공론화위원회에 넘겨 버렸다. 최저임금 정책에 대해 진작부터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됐는데도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어느 장관도 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8개월 전에 예고된 재활용품 수거 문제를 무대책으로 맞는 ‘배짱’을 보였다.

장관들의 무기력은 청와대에도 책임이 있다. 문 대통령이 국민청원, 공론화위원회 등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강화하면서 청와대가 모든 분야를 사실상 결정하는 방식이 되다 보니 부처들은 실무집행기관으로 전락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남북 정상회담 등 남북관계를 진두지휘하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외교 장관처럼 비치고, 장하성 정책실장이 경제부총리보다 실세로 여겨지는 이런 ‘청와대 독주’ 상태가 문 대통령이 약속했던 책임장관제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