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옥 채널A 스포츠부장
다시 주저앉은 게 그래서 더 아쉽다. 류현진은 3일 애리조나와의 경기에서 투구 도중 사타구니 쪽 근육(내전근)이 찢어졌다. 내전근은 공을 던질 때 하체 동작에 관여하는 핵심 근육이다. 부상이 생각보다 심해 전반기에는 복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재활은 변수가 많아 장담할 수 없는데, 예정된 시점보다 빨리 마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어깨와 멀리 떨어진 사타구니. 서로 관계가 없는 부위라, 이번 부상은 우연한 불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트레이닝 전문가들은 두 곳이 무관치 않다고 말한다. 투수는 상체와 하체에 힘을 최적으로 배분해야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 당연히 한쪽 부위가 약해지면, 다른 쪽에 부담이 커진다.
그렇다고 부상이 숙명은 아니었다. 피할 수도 있었다. 부상은 예고 없이 방문하지 않기 때문이다. 몸은 사전에 위험신호를 보내, 대비할 기회를 준다. 한 전문가는 “류현진이 이 정도 부상이라면 사전에 여러 번 통증을 느꼈을 것이다. 특히 다치기 직전에 그 통증이 강했을 텐데 그걸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하체에서 만들어내는 힘은 확실히 투구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투수는 공이 좋으면, 그 감각에 집착하게 된다. 어지간한 통증은 무시한다. 그래서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몸이 못 버티는 지점에 이르면 탈이 난다. 부상 경험이 적은 선수라면 혹 모를 수 있다. 그런데 류현진은 2016년 어깨 재활 과정에서도 사타구니에 부상을 당한 선수다.
문제는 상황이었다. 류현진은 어깨 수술로 2년 동안 존재감 없이 숨죽여 지냈다. 올해는 뭔가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었다. 특히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게 돼 대박이 그려지고 있었다. 소속팀 LA 다저스는 연패 중이라 그날 등판에 시선이 집중됐고, 하필 상대는 가장 껄끄러운 애리조나였다.
선수가 통증을 인식하면 우선은 해당 부위에 힘이 덜 가도록 조절한다. 또 한 번쯤 흐름을 끊고 상태를 점검하거나, 후일을 모색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날 컨디션이 좋아 보였던 류현진은 돌아가지 않았다. 이해는 가지만, 빨리 가려다 오히려 도달하지 못했다. 욕속부달(欲速不達)이었다.
윤승옥 채널A 스포츠부장 tou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