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집무실에서나 골프장에서나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데 여념이 없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 “I don′t know what all the fuss is about.”(도대체 왜 다들 난리인지 모르겠다)=미국 언론도, 전문가들도 비관론이 우세합니다. ‘트럼프는 김정은의 손안에서 놀아날 것이다’부터 ‘회담은 꽝 날 것이다’(The meeting will be a bust)까지 다양한 언어로 회담 실패를 예견합니다.
자신의 협상능력을 100% 믿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반대파들이 못마땅합니다. 그런 속마음을 사석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털어놨다고 미 CBS방송이 보도했습니다. 그가 한 말은 “도대체 왜 다들 야단법석이야.” ‘I don′t know’로 문장이 시작하지만 진짜 모른다는 뜻은 아니고, ‘쟤네들 왜 저래’ 하는 비웃음이 담겨 있습니다.
△ “Just get me in the room with the guy, and I′ll figure it out.”(그냥 그 사람이랑 한방에 두기만 하면 돼. 내가 다 알아서 할게)=골프장에서 지인이 “회담 준비 잘돼 가고 있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대답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습니다.
‘Figure out’은 ‘곰곰이 생각해서 상황을 이해하다’라는 뜻입니다. ‘Find out’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Find out’은 어떤 상황을 보자마자 즉각 알게 되는 것인 반면 ‘Figure out’은 머리를 굴려서 상황을 알아내는 것입니다. 위 문장에서 ‘the guy’는 김정은입니다. 한방에 앉아서 얘기하다 보면 ‘이 사람의 생각은 뭔지, 나는 이런 제안을 해야 될지’ 등이 머리에 떠오를 거라는 겁니다. 김정은에 대해 미리 머리 싸매고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으스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상대의 수가 뭔지 알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는 발언입니다.
“니들이 협상을 알아?” 기업가 시절 ‘딜 메이커’(거래의 해결사)로 명성이 자자했던 트럼프 대통령. 아마 이 말을 하고 싶었을 겁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