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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으로 북핵 해결 돌파구 마련… 국정 협치는 표류

입력 | 2018-05-09 03:00:00

[문재인 정부 1년]남북관계-외교안보




《 문재인 정부가 10일로 출범 1년을 맞는다. 출범 첫해 북한의 계속된 핵·미사일 도발로 6·25전쟁 후 최대 안보 위기를 겪었던 문 대통령은 올해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발판으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일단 성공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극적인 반전을 이끌어냈지만, 국내 정치는 극한 대치 속에 여전히 공방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추진했던 개헌 국민투표의 6·13지방선거 동시 실시도 사실상 무산됐다. 》
 

동아일보DB

지난해 7월 4일 오전 북한은 평안북도 방현비행장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쏘아 올렸다. 어느 때보다 높은 2800여 km의 고도를 날아오른 미사일은 39분간 비행한 뒤 동해상 목표 수역을 정확히 타격했다. 5시간 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대륙간탄도로켓(ICBM) 화성-14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틀 뒤 독일 쾨르버재단 연단에 선 문재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협정’을 제안했다. 2020년을 비핵화 합의 목표로 제시한 문재인 정부의 승부수였지만 ‘북한에 대한 짝사랑’이란 비아냥거림까지 나왔다. 남북 관계 전환의 기대를 비웃듯 문 대통령 취임 나흘 만에 ‘화성-12형’을 발사한 북한은 9월 6차 핵실험 등 지난해 말까지 11차례 도발을 감행했다. 한반도 운전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에게 내줬다는 말도 나왔다.

수렁에 빠지는 듯했던 한반도 정세는 올 들어 극적인 반전을 이뤄내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의 끊임없는 대화 제의에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평창 겨울올림픽에 북한 대표단을 파견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이후 끊어졌던 남북 대화 채널이 복원됐고, 남북 특사가 서울과 평양을 오가는 대화 국면 속에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지난달 27일, 11년 만에 남북 정상회담을 가졌다.

대반전의 배경으로 청와대는 백악관과의 지속적인 공조를 꼽는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놓고 삐걱거리던 한미 관계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한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외교 소식통은 “첫 한미 정상회담 때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곤란한 질문을 쏟아내는 등 긴장된 관계였다”면서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방한 당시 극진한 환대와 한반도 위기 상황을 진정성 있게 전달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대화를 확신만 했던 것도 아니었다. 지난해 여름부터 가속화한 북한의 도발에 청와대 내부에서도 “강경 기류로 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은 지난해 11월 북한이 서둘러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자 “곧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고, 이는 적중했다.

탄핵 정국에 따른 장기 외교 공백으로 최악의 상황에 몰렸던 한중·한일 관계도 갈등의 뇌관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순조롭게 복원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지난해 10월 말 극적으로 사드 갈등을 봉인하기로 한 한중 합의는 북핵 대화 국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고 과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당장 김정은에게서 이끌어낸 ‘완전한 비핵화’를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의 문제가 남아 있다. 비핵화의 최종 무대인 북-미 정상회담이 삐걱거리는 점도 청와대의 고민이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판문점 선언으로 한반도에 평화가 도래하고 있다는 모습은 만들어졌지만 북-미 정상회담, 비핵화 문제 등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며 “앞으로의 상황을 더 지켜봐야 문재인 정부 1년의 외교안보 성적표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박훈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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