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시진핑 다롄 회동]美최고위급 전격 평양行 트럼프, 웜비어 사건 잇달아 언급… 北, 美의 인권 압박에 성의 표시 회담 개최 최대 걸림돌 사라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최고위 인사가 북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위해 극비리에 평양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막판에 난기류를 탔던 북-미 정상회담 논의에도 다시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7, 8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동에 이어 8일 시 주석과 트럼프 미 대통령의 통화, 그리고 억류자 석방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지며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시기 공개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트위터를 통해 억류자 석방을 기정사실화하며 “채널 고정”이라고 했고, 그의 측근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방송 인터뷰에서 “억류자들이 오늘 풀려날 것”이라고 말했다. 판문점을 통해 석방될 것이라는 보도까지 지난 주말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계속되는 언론의 질문에 “확인 중”이라는 답만 내놓아 반발이 커져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억류자 석방 문제를 섣불리 예고하면서 결국 “리얼리티쇼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최고위급 인사, 특히 북핵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알려진 인사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격 방북하면서 며칠간의 관측은 없던 일이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일 때 지난해 석방 직후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을 자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신년 의회 국정연설에서 웜비어 부모를 초청해 연설 중 소개했다.
트럼프가 강조한 인권 문제를 북한이 억류자 석방으로 화답하면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워싱턴 일각에선 억류자 석방을 위해 평양에 간 인사가 다름 아닌 북핵의 실무 지휘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란 말이 나오면서 더욱 그렇다. 폼페이오가 갔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다시 만나 비핵화와 관련된 미국의 입장을 다시 설명하며 회담의 최종 조율 작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북한이 억류자의 석방 과정에 들어간 만큼 이미 북-미가 정상회담과 관련해 큰 틀에서 공감대를 이뤘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억류자를 석방하는 트럼프식 ‘세리머니’를 펼치며 북-미가 꽁꽁 숨겨왔던 회담 장소와 시기를 깜짝 공개해 회담의 흥행성을 극대화할 것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