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시진핑 다롄 회동]김정은, 다롄서 30여시간
7일 방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을 메모하고 있다.
3월 말 김 위원장의 방중 이후 40여 일 만에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시의 고급 휴양지 방추이(棒槌)섬에서 전격적으로 성사된 2차 시-김 만남의 목적이 미국 견제에 있음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비핵화의 문턱을 높이는 등 북한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고 함께 행동할 것임을 대내외에 밝힌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시 주석은 이날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마무리한 뒤에야 방추이섬 영빈관에서 가까운 다롄항에서 진행된 첫 자국산 항공모함의 시험 항해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CCTV는 특히 북-중 정상회담 모습뿐 아니라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방추이섬 영빈관 앞바다의 해변과 공원을 나란히 산책하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긴 시간 동안 방영했다. 화면에 나타난 두 정상은 마치 형님 아우처럼 친밀해 보였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시 주석과 김 위원장 둘만이 긴밀히 나눈 내용이 있음을 보여줬다. CCTV는 시 주석이 형님처럼 김 위원장에게 무언가 계속해서 강연하듯 열변을 토하고 김 위원장이 이를 경청하는 모습을 내보냈다.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시 주석이 강연하고 김 위원장이 듣는 분위기의 장면을 집중적으로 비췄다.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북한을 뒷받침하는 대국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은 해변뿐 아니라 방추이섬 영빈관 인근 숲 공원도 함께 걸으며 계속해서 얘기를 나눴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웃으며 때로 해변을 가리키며 대화를 나눴다. CCTV는 두 사람이 해변에서 마주 보고 한참을 얘기하는 장면도 방영했다. 두 사람이 헤어지기 전 활짝 웃으며 두 손을 맞잡고 악수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방추이섬 영빈관 앞 해변과 방추이섬 공원 산책 모습을 연출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최근 판문점 회담 때 두 정상만 따로 얘기를 나누며 친밀감을 과시한 도보다리 회동을 흉내 낸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북한에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도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왕후닝(王호寧) 중국 상무위원(최고지도부)이 3월 북-중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정상회담에도 배석해 북한 관련 업무를 책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중국은 시 주석의 최측근 딩쉐샹(丁薛祥) 당 중앙판공청 주임을 비롯해 양제츠(楊潔지) 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총출동했다. 북한은 리수용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이 배석했다.
CCTV는 이날 김 위원장이 북한으로 돌아간 뒤인 오후 7시 신원롄보(新聞聯報)에서 처음으로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다롄 정상회담 소식을 공개했다.
신원롄보는 시 주석의 동정을 주로 전하는 CCTV의 메인 뉴스다. 북한 지도자 방중 때 극도의 비밀주의를 유지하다가 북한으로 돌아간 뒤에야 방중 사실을 공개하는 관례를 또다시 따른 것이다. 국제 표준에 어긋나는 이런 관례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다롄=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