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성 12.5km-내성 7.7km 규모… DMZ 남북정상회담 후 높은 관심 멸종위기 크낙새-장수하늘소 등… 천연기념물 공동연구도 추진 계획
강원 철원군 ‘평화전망대’에 설치된 궁예도성 모형. 문헌자료와 인공위성 사진 등을 토대로 3중성으로 이뤄진 옛 모습을 재현했다. 강원 철원군 제공
‘미륵세계를 꿈꾼 궁예(?∼918)의 땅이자 두루미와 저어새, 사향노루 등 멸종위기 1급 동물들이 가득한 곳.’
임진강 하구부터 강원 고성군 명호리까지 907.3km²에 이르는 비무장지대(DMZ)는 분단의 상징이자 각종 문화재와 천연기념물이 빼곡한 한반도 문화유산의 보고다. 지난달 27일 DMZ 내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이 일대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문화재청은 8일 “향후 문화 분야의 남북 협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DMZ에 있는 ‘궁예도성’ 공동발굴조사와 크낙새·장수하늘소 등 멸종위기 천연기념물에 관한 공동연구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남과 북에 절반씩 위치한 궁예 도성
학계에선 궁예도성의 위치에 주목하고 있다. 강원 철원군 흥원리 풍천원 일대에 자리한 궁예도성 한가운데를 군사분계선이 양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 공동발굴조사가 이뤄져야만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구조다. 2001년 궁예도성을 현지 조사한 이재 한국국방문화재연구원장(전 육군사관학교 교수)은 “궁예도성의 공동발굴조사를 진행하려면 인근에 매설된 지뢰를 제거해야만 가능하다”며 “학술적인 연구뿐 아니라 지뢰 제거 등 물리적인 평화도 가져온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남북협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경기 연천군 학곡리의 고인돌 등 구석기 유적과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 군대를 격퇴한 철원의 성산성(城山城), 6·25전쟁의 아픔을 머금은 ‘경의선 장단역 죽음의 다리’ 등 한국사를 기억하는 주요 문화재가 가득하다.
천연기념물 제197호 크낙새는 30여 년간 남한에서 발견되지 않았지만 북한 지역에는 수십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재청 제공
○ 크낙새와 장수하늘소를 다시 볼 수 있을까
65년간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면서 DMZ는 한반도 자연 생태계의 허브가 됐다. 국립생태원이 2016년 발간한 ‘DMZ 일원의 생물다양성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DMZ 일원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은 총 91종이다. 남한 면적의 1.6%에 불과한 곳에서 국내 멸종위기종의 40% 이상이 서식하는 셈이다.
학계에선 국내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장수하늘소와 크낙새의 발견을 기대하고 있다. 장수하늘소(천연기념물 제218호)는 2014년 광릉 국립수목원에서 발견된 뒤 명맥이 끊겼다. 중국 대륙과 시베리아에서는 볼 수 없고, 우리나라와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만 발견된다. 크낙새(천연기념물 제197호)는 한반도에서만 서식하는 우리나라 고유종이다. 이대암 영월곤충박물관장은 “고구려와 발해의 영토에서만 발견되는 장수하늘소와 크낙새는 멸종위기라는 시급성과 함께 우리 민족사와 이어지는 역사적 생물들”이라며 “DMZ 내 원시림 등에서 발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남북 공동연구가 가장 필요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