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8일 화요일 맑음. 미주리 하늘. #286
Charlie Haden & Pat Metheny ‘Spiritual’(1997년)
인적 드문 지방도로. 그 길가에 얼마간의 간격을 두고 선 세 개의 대형 광고판.
이 쓸쓸한 정경 위로 천상에서 내리는 듯, 소프라노 러네이 플레밍의 노래가 섞여든다. ‘여름의 마지막 장미 혼자 피어있네/그녀의 사랑스러운 벗들 모두 가고 없는데….’
배경은 미국 미주리주다. 허허한 영상과 음악에서 재즈 앨범 한 장을 떠올렸다. 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1937∼2014)과 기타리스트 팻 메시니의 1997년 듀오 앨범 ‘Beyond the Missouri Sky’.
‘쓰리 빌보드’의 사운드트랙과 ‘Beyond the…’는 섞어서 틀어놔도 이질감이 안 들 정도로 흡사한 소릿결을 지녔다. 어쿠스틱 기타의 고즈넉한 울림이 그려내는 여백이 투명해서 헛헛하다. 미주리주의 황량한 벌판 위로 놀이 지는 목가적 풍경을 담은 두 앨범의 표지마저도 서로 연결된 그림 같다(사진).
메시니와 헤이든은 각각 미주리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Beyond the…’ 앨범 속지에 헤이든은 “메시니의 사운드를 난 ‘컨템퍼러리 인상주의 아메리카나’라 부른다”고 썼다. 포크, 컨트리, 블루스 등 미국 전통음악의 맥을 이어받아 인상주의적 관점에서 현대화했다는 것이다. ‘시네마 천국’의 주제곡을 빼면 앨범을 메우는 건 자작곡이든 리메이크이든 미국 중부의 옛 정취다.
메시니는 속지에 이렇게 썼다. “미주리는 내게 늘 꿈을 꾸는 공간이었다. 또한 그곳에는 미주리의 하늘 너머 바깥세상을 향한 내 설렘과 호기심이 가득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