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 포크스(1570∼1606)는 1605년 11월 5일 영국 국회의사당을 폭파시켜 왕과 대신들을 몰살시키려 했던 ‘화약 음모 사건’의 주동자입니다. 당시 가이 포크스의 저항 대상은 영국 국교회를 배타적으로 옹호하고 가톨릭과 청교도를 억압했던 제임스 1세와 그 추종 세력이었습니다. 거사 직전 체포되어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매년 11월 5일 ‘가이 포크스 데이’를 기념하여 영국 전역에서 화려한 불꽃놀이가 열립니다. 당시 왕실에서는 왕의 무사함을 기뻐하는 의미에서 불꽃놀이를 했으나 훗날 많은 사람들은 가이 포크스의 실패를 아쉬워하는 뜻으로 불꽃놀이를 벌였다고 합니다. 권력자의 의도와 달리 가이 포크스는 저항의 상징이 되었으니 역설적입니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인 조현아 전 부사장(조 회장의 장녀)의 ‘땅콩회항’ 사건은 재벌가 갑질의 단면을 보여준 사건으로 유명합니다. 2014년 이륙을 준비하던 항공기 기내에서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난동을 부린 데 이어 비행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한 사건입니다. 최근에는 ‘물벼락 사건’으로 시끄럽습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조 회장의 차녀)의 부하 직원 및 협력업체 직원에 대한 막말과 물컵을 집어던진 사건입니다. 이 사건 뒤 기업의 갑질 문화에 찌들었던 전현직 직원들의 고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권력과 자본을 가진 자들이 갑질 대신 노블레스 오블리주(상류층의 도덕적 의무)를 행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