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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녀 선처로 구속 면한 30대 男, 풀려난 뒤 살해

입력 | 2018-05-09 20:42:00


말다툼 끝에 함께 살던 여성을 살해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상습 폭행 혐의로 구속 위기에 놓였다가 숨진 피해 여성이 선처를 호소해 풀려난 지 40여 일 지난 상태였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사실혼 관계인 A 씨(35·여) 살해 혐의로 유모 씨(39)를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유 씨는 4일 관악구 봉천동 자택에서 경제적인 문제로 말다툼하다가 A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다. 유 씨는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고 지인에게 털어놨고 이 지인이 경찰에 신고했다.

유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가위로 A 씨의 등을 찌르고, 배를 발로 차 하혈시키는가 하면 집에 불을 지르려다 미수에 그쳤다. 이 같은 상습폭행 혐의로 네 번이나 경찰 조사를 받았다.

A 씨는 폭행당할 때마다 스스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유 씨가) 구속되면 자살하겠다”는 둥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로부터 마지막 폭행 신고를 받은 3월 19일 유 씨에 대해 특수상해·폭행·현주건조물방화미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A 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를 낸 것이 중요한 기각 사유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신변을 보호해주겠다고 수차례 제안했지만 A 씨가 거절했다. 법원이 유 씨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