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IMF에 긴급 구제금융 신청
한국은 정부 부채가 적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큰 만큼 아르헨티나 사태로 충격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 다만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점차 높아지는 만큼 한국은행이 7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외국인 떠나는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가 IMF 구제금융을 요청한 건 외국인 투자 자금 이탈로 화폐 가치를 방어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액은 2017년 말 기준 약 450억 달러로 한국(3892억 달러)의 약 11.5% 수준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외국인 자금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면서 올해에만 보유 외환의 10% 이상을 소진했다. 이에 중앙은행 기준금리를 열흘 새 연 27.25%에서 40%로 끌어올렸지만 페소화 가치 폭락을 막지 못했다.
○ 터키 브라질로 전염 우려
아르헨티나처럼 외국인 자금 의존도가 높은 터키에도 위험 신호가 울리고 있다. 터키 리라화는 최근 1개월 동안 달러 대비 가치가 5% 이상 추락하며 사상 최저치에 이르렀다.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브라질은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올 들어 헤알화 가치가 달러 대비 6% 이상 하락했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도 미국의 경제제재 여파로 하락하는 추세다. 아시아권에서는 유가 상승으로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되는 인도도 위험군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 위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위기가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미정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아르헨티나 경제의 취약성 때문에 위기가 나타났을 뿐 다른 신흥국으로 전염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아르헨티나발 충격이 확산되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신흥국에 속하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신흥국 투자에 불안을 느낀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증시에 투자한 외국인은 지난달 말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로 며칠 순매수했지만 최근엔 다시 ‘팔자’로 돌아섰다. 유가증권시장에서 5월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약 7700억 원에 이른다.
○ ‘셀 코리아’ 막으려 금리 인상 가능성
아직까지는 한국이 받을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외화보유액이 탄탄하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다고 해도 일부일 것”이라며 “북-미 회담 상황이 좋아지면 오히려 자금이 더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24% 하락하며 아르헨티나 사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원-달러 환율도 4.4원 오른 달러당 1080.9원에 거래돼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국제금융센터는 4월 16일 이후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국 시장에서 55억 달러를 회수했으며 이는 2013년 긴축 발작 때보다 더 빠른 속도라고 지적했다. 신흥국에서의 자금 유출이 언제든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연 1.5%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1.5∼1.75%보다 낮다. 연준은 6월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최대 0.5%포인트로 벌어진다.
이건혁 gun@donga.com·김성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