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코리아 2018, 국내로 떠나요]<6> 백종원 대표의 ‘맛있는 여행법’
30년 전 전북 남원시로 여행을 떠난 청년 백종원은 당시 맛집으로 소문이 난 유명 식당 대신 대뜸 택시기사의 ‘단골식당’을 물었다. 추어탕을 먹고 싶다는 손님의 말에 망설임 없이 관광객 필수 코스로 핸들을 돌리려던 택시기사가 본인의 단골식당을 묻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우리 가는 데는 따로 있지. 입맛에 안 맞을 텐데….” 외지에서 온 20대 대학생의 엉뚱한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던 택시기사는 문 밖까지 줄이 늘어선 맛집을 지나쳐 조금은 허름해 보이는 식당 앞에 차를 세웠다. 그곳에는 카메라를 둘러멘 관광객 대신 편한 차림으로 나온 현지 주민들이 주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음식값도 1000원이나 저렴했다. 여행객들은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칠 법한 평범한 식당이었지만 그곳은 청년 백종원의 입맛을 사로잡은 ‘인생맛집’ 중 한 곳이 됐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여행의 모든 것이라고 말하는 백 대표에게 ‘맛있는 여행법’을 들어봤다.
○ 블로그 맛집은 피하라
처음 가보는 여행지에서 맛있는 식당을 찾는 비법을 묻는 기자에게 백 대표가 ‘파격 제안’을 했다.
“주변에서 미쳤다는 소리를 할 수도 있는데, 블로그에서 검색된 맛집과 프랜차이즈 식당을 빼고 여행을 한 번 해보세요.”
그는 인터넷 대신 지역 사정에 밝은 현지 주민들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조언했다. 백 대표는 “과거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아 여행 계획을 짤 때 참고할 만한 것이 전혀 없었던 대학 시절 택시기사나 시장 상인 등 현지인들에게 물어가며 여행을 했다”면서 “맨땅에 헤딩을 하면서 소문난 맛집보다 훨씬 맛있으면서도 저렴한 식당을 여러 번 발견했다”고 말했다.
소문난 맛집을 여행 기간에 반드시 들러야 한다는 부담감도 내려놓으라고 조언했다. 백 대표는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맛집이 자기 입맛에 맞는 곳이라기보다는 남들이 맛있다고 하니깐 따라서 가는 경우가 많다”며 “SNS 과시용 맛집이 아닌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 맛집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 대표는 ‘나만의 맛집’을 찾기 위해서는 여행을 가기 전 내가 생각하는 맛집의 기준부터 세워야 한다고 했다.
“맛집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 달라요. 대부분은 맛이 30%이고 나머지 70%는 분위기나 그 식당이 가진 스토리 등 맛 이외의 것들이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죠. 입으로 느끼는 맛과 머리로 느끼는 맛 가운데 어떤 것을 우선할 것인지 스스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어요.”
백 대표는 지역 맛집의 다양화를 위해 소비자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특정 맛집에만 사람이 몰리지 않으려면 지역 곳곳에서 소비자들이 새로운 맛집을 찾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일본은 사람이 많은 식당과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이 서로 다르다. 맛집 랭킹도 수시로 바뀌고 소비자들이 새로운 맛집을 계속 발굴한다”면서 “이런 문화가 생겨야 기존 맛집들도 긴장감을 갖고 계속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맛집으로 소문이 나서 사람이 몰려드는 식당들에 대해서는 ‘초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백 대표는 “블로그 맛집으로 소개된 곳 절반 이상이 가격을 올린다”면서 “손님이 몰려 인건비가 늘었다고 하는데 늘어난 수익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심 식당에 비해 지역 맛집은 손님 대부분이 지갑을 여는 데 관대한 여행자들인 만큼 해당 식당들이 비교적 (고객 눈치를 덜 보고) 손쉽게 가격을 올리고 있다”면서 “지역 맛집이 계속 사랑받으려면 가격과 품질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적 특색을 잃고 있는 지역 식당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그는 “제주도 갈치조림에서 전라도 맛이 나고 전주, 부산, 서울의 된장찌개 맛이 거의 비슷해졌다”면서 “맛의 평준화를 경계해야 지역 맛집이 살고 국내 관광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