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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롯데케미칼, 석유화학 신사업에 공동 투자

입력 | 2018-05-10 03:00:00

합작회사에 2조7000억 추가 출자
원유 찌꺼기 활용해 화학제품 생산… 대산단지에 공장 신설 2021년 가동




9일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왼쪽부터)이 2조7000억 원 규모의 석유화학공장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신설 투자합의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제공

충남 서산시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이웃사촌’인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2조7000억 원을 들여 초대형 석유화학 신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다.

9일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올레핀과 폴리올레핀을 생산하는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신설에 관한 투자합의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2014년 합작 투자해 설립한 현대케미칼에 추가 출자한 뒤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약 50만 m²의 부지에 생산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2021년 말 상업 가동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이며 아직 양사의 투자 비율은 정해지지 않았다. 2014년 총 1조2000억 원을 투자해 설립한 현대케미칼은 당시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6 대 4 비율로 투자했다. 초경질 원유인 콘덴세이트를 원료로 액화석유가스(LPG) 등 석유제품과 MX(Mixed-Xylene)벤젠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새로 건설하는 현대케미칼 HPC는 원유 찌꺼기인 중질유분을 주 원료로 사용해 각종 플라스틱 소재가 되는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연간 생산량은 각각 폴리에틸렌 75만 t, 폴리프로필렌 40만 t이다. 납사를 사용해 PE, PP를 생산하는 기존 NCC(Naphtha Cracking Center) 설비 대비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납사는 최소로 투입하고, 대신 가격이 납사보다 20% 이상 저렴한 탈황중질유, 부생가스, LPG 등 정유공장 부산물을 60% 이상 투입하니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탈황중질유는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3대 정유사만 생산하는 희소성이 높은 원료다. 경유나 벙커C유 등보다 불순물이 적은 편이라 제품 안정성도 높다. 현대케미칼은 향후 탈황중질유 등 부산물 투입 비중을 8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양사는 이번 HPC 설립을 통해 현대오일뱅크의 ‘정유-석유화학’ 수직계열화 강화, 롯데케미칼의 미국과 중앙아시아, 동남아 등과 함께 국내 지역 거점 추가 확보라는 시너지를 얻게 됐다고 평가한다.

현대케미칼은 올해 하반기(7∼12월) 공장 설계에 본격적으로 착수해 2021년 말 상업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생산 제품 대부분을 해외에 판매해 2022년부터 연간 3조8000억 원의 수출 증대 효과 및 6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케미칼 측은 “하루 최대 1만1000여 명이 공사에 참여하고, 설비가 가동된 뒤에도 1500여 명의 직·간접 고용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서산 지역 경제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현대오일뱅크 비정유부문 영업이익 비중이 2017년 33%에서 2022년 45%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은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현대케미칼이란 성공 DNA를 공유하고 있다. 정유사와 화학사의 장점을 결합해 국내 최초의 정유-석유화학 합작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14년 설립해 2016년부터 공장 가동을 시작한 현대케미칼은 지난해 영업이익 2670억 원을 기록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