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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 예약, 12시 안되면 10시로”… 더 똑똑해진 AI

입력 | 2018-05-10 03:00:00

구글, 개발자회의서 신기능 소개




“오전 10시에서 낮 12시 사이에 미용실 예약 좀 잡아줄래?”(‘구글 어시스턴트’ 이용자)

“문제없어요. 예약을 잡은 후 알려 드릴게요.”(구글 어시스턴트)

곧바로 구글 어시스턴트가 미용실에 전화를 걸어 “여성 1명 예약하려고 전화했는데요. 5월 3일에요”라고 말한다. 미용실 측이 “몇 시를 원하세요?”라고 묻자 구글 어시스턴트가 “낮 12시요”라고 답한다. 미용실 측이 “그때는 힘들고 오후 1시 15분이 괜찮다”고 하자 구글 어시스턴트는 “으흠… 오전 10시에서 정오 사이에 괜찮은 때가 없느냐”고 다시 묻고, 미용실 측이 오전 10시가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자 그때로 약속을 잡는다.

8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의 쇼라인 앰피시어터에서 열린 구글 연례개발자회의(I/O)에서 시연된 구글의 인공지능(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와 사람 간 대화 내용이다. 구글은 이용자를 위해 미용실을 비롯해 식당 예약, 음식 배달 등의 전화를 걸 수 있도록 성능이 향상된 구글 어시스턴트의 강화된 음성예약 기능을 이 자리에서 선보였다. 구글은 이 기능을 ‘구글 듀플렉스(Duplex)’라고 이름 붙였다.

이 장면은 연출된 상황으로 보이긴 하지만 ‘좀 더 사람다운 AI’라는 구글의 지향점과 현재 기술 수준을 가늠하기엔 충분했다. 특히 구글 어시스턴트가 미용실 직원과 통화하다가 “기다려 달라”는 요청에 “으흠”이라며 사람이 할 법한 반응을 하자 청중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구글은 올여름 구글 듀플렉스를 안드로이드폰에서, 겨울에는 아이폰에서 각각 시범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약이나 배달 주문도 인간이 직접 하지 않고 AI가 대신하는 시대가 다가오는 셈이다.

이번 I/O에서는 업계의 예상과 달리 새로운 하드웨어나 보안 기능, 블록체인 기능 등에 대한 내용은 많지 않았고 다양한 분야에서의 AI 기능 강화가 주로 다뤄졌다. 당분간 AI에 전념하겠다는 구글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기조강연을 통해 “AI는 다양한 분야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며 “2년 전 I/O에서 발표한 구글 어시스턴트야말로 사용자의 시간을 가장 많이 절약해주고 있을 것이다. 오늘 우리는 구글 어시스턴트를 더 자연스럽고 유용하게 만들고자 하는 계획을 발표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증강현실(AR) 기능인 ‘구글렌즈’도 주목받았다. 구글지도를 통해 길 찾기가 어려울 때 눈앞의 상황을 카메라로 비추면 가야 할 방향을 알려준다. 기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부정확할 때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콘서트 포스터를 카메라로 찍으면 해당 가수의 공연 영상을 바로 보여주거나 가게 쇼윈도에서 전시된 조명 기구을 비추면 어떤 제품인지에 대해 알려주는 등 새로운 기능도 선보였다.

피차이 CEO는 “기술이 과제 또한 스스로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올해 말 출시 예정인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P’에 사람이 지나치게 디지털 세상에 얽매여 있는 것을 막는 ‘디지털 웰빙’을 위한 기능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휴대전화의 모든 앱을 언제, 얼마나 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사용했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쓰는 것으로 파악되면 아이콘 색깔 등을 바꿔 사용 제한을 유도할 계획이다. 사용자가 유튜브를 너무 오래 보면 ‘휴식을 취하세요’라는 메시지도 띄울 방침이다. 구글 I/O는 10일까지 진행된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