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 통영굴전문점의 멍게비빔밥(왼쪽)과 알탕. 석창인 씨 제공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원래 멍게의 표준말은 우렁쉥이지만 사람들이 사용하는 빈도로 따졌을 때 멍게가 압도적이라 둘 다 표준어가 됐지요.
멍게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참멍게(붉은멍게)와 양식이 되지 않는 비단멍게, 돌멍게가 그것입니다. 저는 돌멍게가 안주로 나오면 반으로 자른 껍질에 소주를 부어 마시는 호사를 부리곤 합니다. 마치 굴이 들어있는 껍데기에 화이트 와인을 조금 부어 마시는 것과 비슷한 음주법이지요.
우리나라 음식문화 특징의 하나가 비빔문화인데, 예로부터 먹을거리가 넉넉하지 못해 대충 이것저것 섞었을 수도 있고, 모든 것을 비벼 어느 하나 튀지 못하게 하는 민족성향 탓일 수도 있습니다. 일본 역시 튀는 것을 경계하는 ‘와(和)’ 문화가 있지만, 비빔밥과 비슷한 덮밥의 경우 밥과 그 위의 주재료를 절대 섞지 않습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비빔은 본능’ 수준이라 할 수 있어서, 국물이 조금이라도 있는 음식이라면 식사 마무리로 냄비나 철판에 추가 양념을 넣고 밥을 비비고 볶아야 직성이 풀리곤 합니다. 조금 독특하거나 향이 강한 재료라도 일단 비비면 하나하나의 개성 있고 순수한 맛은 소멸되지만, 여러 반찬 재료가 합체된 새로운 맛이 탄생합니다.
학창 시절, 점심시간 벨이 울리자마자 친구들의 반찬을 모두 꺼내어 각자의 도시락에 적당히 나누어 담고 흔듭니다. 김치, 깍두기, 소시지, 콩자반, 계란말이, 콩나물…. 언필칭, ‘도시락의 민주화’가 일어난 것이지요. 이를 두고 ‘비빔밥은 참여예술’이라고 백남준 선생이 표현했던가요?
시인 오세영은 모든 재료가 평등하고, 더불어 살 줄 알며, 서로 양보하고 희생할 줄 아는 비빔밥을 ‘민주국가이고, 공화국이며, 복지국가’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에서는 ‘아아, 음식나라에선/한국이 민주주의다./한국의 비빔밥이 민주주의다’라고 하였지요. 가뜩이나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두고 갑론을박이 많은 요즘 세태가 비빔밥만도 못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 통영굴전문점 : 경기 수원시 장안구 정조로 922번길 15-2, 031-257-2121, 멍게비빔밥과 알탕 1만1000원·굴밥 8000원
○ 백만석 : 경남 거제시 계룡로 47, 055-638-3300, 멍게비빔밥 1만2000원·성게비빔밥 2만 원·해삼내장비빔밥 2만2000원
○ 들름집 :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78길 56, 02-585-8449, 멍게비빔밥 7500원·참골뱅이 비빔밥 7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