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융 중국 상하이 푸단대 한국조선연구중심 주임이 9일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주최 특별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012년 11월 집권 이후 김정은과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았으나 최근 40여일 만에 두 차례나 만났다. 시 주석은 집권 이후 김정은이 4차례 핵실험과 수십 차례의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 적극 참여하면서 대화를 거부했다. 하지만 한반도 사태가 급변하자 3월 말 베이징(北京)에 온 김정은을 만난 데 이어 5월 7,8일 다롄(大連)에서 2차 회담을 가졌다. 한반도 사태 전개에서 주변화되지 않고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반도 상황의 전개에 대해 중국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 지가 관심이다. 정지융(鄭繼永) 상하이(上海) 푸단(復旦)대 한국조선연구중심 주임이 9일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주최로 열린 ‘한반도 정세 변화와 중국’ 특별 간담회 발언에는 이런 궁금증을 일부 풀어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 주임은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의 길로 나오게 된 이유로는 가장 먼저 북한 내부적인 요인을 들었다. 김 위원장이 권위와 집권 기반을 확립해 ‘톱 다운’식의 정책 결정 시스템이 정착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가 원만히 마무리되기 위해서도 김위원장이 건재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정 주임은 풀이했다.
9일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성균중국연구소 주최로 열린 특별 간담회에서 한중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하고 있다.
북한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과의 협상에는 익숙한 데 도널드 트럼트는 전혀 다른 방식인 것도 태도 변화의 한 요인으로 지목했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무력을 행사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낸 요인으로 꼽는다.
정 주임은 문재인 정부가 과거 한국 정부와 달리 북한 정권의 전복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김정은의 비핵화 결단을 한 요인으로 지목했다.
정 주임은 ‘차이나 패싱’ 논란이 나오는 것에 대해 북한이 태도 변화를 보인데는 중국의 적극적인 제재 참여가 큰 역할을 했는데 이제와서 중국은 필요없다고 하면 ‘한국은 중국의 고마움 모른다’고 중국인들은 생각할 것“이라고 중국내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의 제재 참여에 대해 북한은 중국을 ‘큰 형님’이라고 믿었는데 (배신감에) ”중국에 원한이 쌓여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은 천장이고 중국은 바닥“이라며 ”한반도 비핵화 국면 돌파를 위해서는 미국이라는 장애물 넘어야 하며 한반도 평화 안정 지키려면 중국 역할이 불가결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정세를 좋게 만드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고) 힘들어도 나쁘게는 하루 아침에 할 수 있다“며 중국이 어떤 몽니를 부릴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정 주임은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측 발표자가 ”종전 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중국을 배제하려고 하면 ‘재주는 중국이 부리고 돈은 미국이 챙기는 상황’으로 중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한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정 주임은 북핵 사태 전개에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지만 ”지난해와 같은 대결 국면으로 가지는 않고 북한 핵폐기 검증에 필요한 기술적 내용으로 깊이 있게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 입구에 들어가도록 한 미 중 러 일 등이 공동 협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