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파문]드루킹 터지자 ‘댓글정책패널’… 뉴스편집 논란에 ‘알고리즘검증委’
네이버는 전날 한성숙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갖고 모바일 첫 화면에 자사 직원들이 뉴스를 배치하는 편집 방식을 버리겠다고 밝혔다. 그 대신 인공지능이 뉴스를 편집하는 ‘뉴스피드판’을 만들기로 했다. 알고리즘검증위원회는 여기에 쓰일 인공지능을 검증하는 일을 맡는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가 알고리즘을 만들면 로직(디지털 논리회로)을 외부 전문가들에게 검증받는 구조”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앞서 ‘드루킹’ 사건으로 포털 뉴스 댓글 문제가 처음 제기됐을 때도 위원회를 신설해 빠져나가려 했다. 일반 누리꾼 20명으로 구성된 댓글정책이용자패널이다. 당시 네이버는 댓글이 여론 조작의 온상이 됐다는 지적에 대해 “선별된 누리꾼 자문단의 의견을 수렴해 패널 활동 기간인 8월까지 개선안을 도출해 내겠다”고 밝혔다.
앞서 올 1월에는 부탁을 받고 스포츠 뉴스 배치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사건(작년 10월)의 후속 대책이라며 네이버뉴스기사배열공론화포럼, 네이버스포츠이용자위원회 등 2개의 외부 위원회를 만들었다. 또 2014년에는 네이버뉴스편집자문위원회, 2015년에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만드는 등 민감한 사안이 터질 때마다 외부인 참여 위원회를 통해 책임을 피해 갔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네이버에 우호적인 사람들로 위원회를 꾸려 자사의 비즈니스를 건드리는 아웃링크 같은 과감한 정책 과제들을 제시할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외부 위원회를 앞세워 책임을 회피하는 행태가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임종인 고려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네이버의 행보는 정부가 부담스러운 정책 결정 사항에 대해 전문성 없는 사람들을 위원회에 앉혀 책임을 분산하는 행태와 유사한 면이 있다”며 “정치권, 언론 등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안이 많이 나와 있는 만큼 일부 주제에 대해선 위원회 운영 대신에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최고경영자(CEO)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인터넷은 곧 네이버’라는 한국적인 상황에서 네이버가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어떤 정책을 가지고 나가야 할지 외부 의견을 듣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사실 답은 나와 있고 이제는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더 중요한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