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파문]문팬 회원 많은 인터넷사이트서 수용 뜻 밝힌 의원 전화번호 공유… 당내 “극성 지지층, 여론형성 방해”
‘드루킹 특검’ 수용 여부를 놓고 여야가 대치 중인 가운데 특검을 반대하고 있는 ‘문팬’(문재인 대통령 극성 지지층)들이 특검 수용 가능성을 내비친 일부 여당 의원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고 있는 사실이 알려져 당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10일 “문팬들이 야당과의 협상을 위해 특검 수용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한 몇몇 의원에게 매일같이 수십 통의 휴대전화 문자 폭탄을 보내고 있다. 일부 문자메시지에는 심한 욕설까지 포함된 사실상의 언어폭력”이라고 전했다.
실제 회원들 가운데 문팬이 많은 걸로 알려진 한 살림정보 사이트에는 특검 수용이 필요하다는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의 인터뷰 기사를 링크한 뒤 “대선 불복 특검을 왜 하느냐”는 비판 글이 욕설과 함께 최근 게시됐다. 해당 글에는 인터뷰에 응한 의원의 휴대전화 번호와 “문자 한 통씩 압박하자”는 댓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 공격해야 할 기사를 다른 지지자들에게 알리는 이른바 ‘공격 좌표’로 설정된 것이다.
앞서 지난달 김경수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 선언 직후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 당내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은 특검 수용 불가를 주장했다. 추미애 대표는 “애당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은 특검 깜도 안 되는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원내대표를 지낸 5선의 이종걸 의원은 “조건부로 특검을 수용하고 야당이 쓸데없는 근거로 공세를 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11일 예정된 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노웅래 의원도 “제도적인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측면에서 특검을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당내 친문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는 홍영표 의원은 특검 수용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특검을 받고 문제없음이 드러나는 게 오히려 당이 사는 길이다. 일부 극성 문팬들의 압박은 건전한 당내 여론 형성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