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아 국제부 기자
조은아 국제부 기자
이때를 놓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실업률 3.9%. 4%가 깨졌다”고 자화자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잘난 척을 할 만도 하다. 미국에서 실업률이 4%를 밑돈 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0년대 초반 6·25전쟁,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에 걸친 베트남전쟁, 2000년대 테크 붐 등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차기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로 내정된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은 거의 ‘골디락스’ 경제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며 모처럼 희망적인 전망을 내놨다. 골디락스는 영국 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의 곰’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이다. 숲속에서 발견한 오두막에 들어가 적당한 온도의 수프를 먹고 편안한 잠에 빠진다. 골디락스 경제는 동화 속 주인공처럼 큰 변동 없이 오랫동안 편하게 성장한다는 뜻이다.
오랫동안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돼 구직자 수와 일자리 수가 거의 일치하는 ‘완전 고용’이 달성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시로 비판하는 전임 대통령들과는 분명 다른 평가다. 미 언론들도 흥분해 긍정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왜 지금이 일자리를 구하기 좋은 시기인가’란 제목의 기사에서 새 직장을 구하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미국인 비율이 올 3월 2.3%로 세계 금융위기 시작 전인 2007년 이후 최고치임을 강조했다. WSJ는 “이런 현상은 미국인들이 자신감을 갖고 임금을 더 많이 주는 직장을 알아 보려는 움직임인데, 결국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제 미국 경제의 숙제는 ‘실업 해소’에서 ‘임금 상승’으로 한 단계 나아간 셈이다.
실제 이번에 미 노동부가 발표한 경제지표를 보면 일자리가 증가한 업종은 실업난이 심각한 업종과는 거리가 있다. WSJ에 따르면 일자리가 많이 생겨난 5대 업종은 사업서비스업, 소매업, 헬스케어, 숙박 및 요식업, 교통 및 창고 서비스업 정도다. 일자리가 증가한 이 업종들마저 임금이 낮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늘어날지도 의문이다. USA투데이는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기업들이 충분한 인재를 확보하지 못하면 상품이나 서비스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미국 경제가 둔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자리 호황 속에 숨은 불편한 진실을 간파한 전문가들이 내놓은 해법이 눈길을 끈다. 지역 특성에 맞게 고용 정책을 세우는 ‘지역 기반’ 정책이다. 중앙정부가 아닌 각 지방정부가 지역 특성에 맞는 새로운 산업을 찾고 육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학자인 브루스 카츠와 제러미 노웍도 올해 1월 펴낸 저서 ‘뉴 로컬리즘’에서 지방정부가 지방의 특성을 반영한 정책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새로운 지방주의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지방이 중심이 돼 고용정책을 마련하고 현실에 적용할 때 지역산업이 부활할 수 있고, 결국 국가가 지역별로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통찰이 한국에는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미국보다 고용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심각한 한국도 지방자치단체에 권한을 더 실어주고 스스로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 내도록 유도해야 한다.
조은아 국제부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