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류자 송환’ 김정은 치켜세운 트럼프
10일(현지 시간) 오전 2시 54분 미국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 ‘미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 글자가 몸체에 새겨진 보잉 C-40 기종의 비행기 한 대가 대형 성조기가 내걸린 특설무대 앞으로 조심스럽게 멈춰 섰다. 북한에 억류돼 있다 전격 석방된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김상덕(미국명 토니 김), 김학송 씨 등 3명을 태운 미 군용기였다.
오전 2시 40분경에 도착한 이 비행기가 약 10분 후 완전히 멈춰 서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내외 등이 비행기로 다가갔다. 하지만 트랩 계단을 올라 전용기 내부로 들어간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 둘뿐이었다. 기내에서 약 6분간 억류자들과 대화를 나눈 트럼프 대통령 내외는 박수를 치며 비행기 밖으로 먼저 걸어 나왔다. 그 뒤를 이어 억류자 3명이 차례대로 모습을 드러냈다. 기내에서 억류자들을 이끌고 나오는 퍼포먼스를 통해 “내가 이들을 구했다”란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강조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대통령 내외는 물론 현장에 모인 약 200명의 취재진과 군 관계자들은 억류자들을 박수로 맞았다. 환호성에 억류자들은 연신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장에서 즉석으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해당 행사가 생중계됐음을 거론하면서 “오전 3시 방송으로는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을 것”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사가 끝난 뒤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 국민들을 대신해 말한다. 집에 온 걸 환영한다!”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대해 우호적 표현들을 아낌없이 구사한 것은 북-미 정상회담 성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우리(미국과 북한)는 새로운 기반에서 (관계를) 시작하고 있다.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매우 높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관계가 있었던 적은 없었다. 굉장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이를 희망한다”고 거듭 기대감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억류자들을 양옆에 둔 채 취재진의 질문을 억류자들에게 전달하는 등 기자회견을 직접 진행했다. 김동철 씨는 “정말 꿈만 같고 대단히 행복하다”며 “(북한에서) 노역을 많이 해야 했는데, 아플 때는 그들이 치료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외교적 승리를 자랑하고 싶어 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 같은 귀환”이라고 전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