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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킹 이용해 방화복-장갑 성능 시험… 서울대, 화염 체임버 국내 첫 개발

입력 | 2018-05-11 03:00:00

방화용 보호구 성능 개선에 활용




서울대 연구진이 개발한 방화복 시험용 화염 체임버 내부. 마네킹 팔에 보호장갑을 끼우고 화염에 노출시켜 손과 팔 부위의 예상 화상 정도를 예측, 평가할 수 있다(위쪽 사진). 아래쪽 사진은 화염 시험을 마친 장갑의 모습. 서울대 의복과건강연구실 제공


올 들어 대형 화재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며 소방관의 안전 문제에 관심이 모이고 있는 가운데 방화장갑이나 방화복 등 보호구 성능을 시험하는 화염 체임버(실험용 밀폐시설)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됐다. 화염 체임버는 직육면체 모양의 밀폐된 방으로 내벽은 내화성 석고보드, 외벽은 스테인리스 패널로 제작됐다.

서울대 의류학과 이주영·김도희 교수팀은 9일 열린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주최 ‘2018년 소방안전 공청회’에서 자체 개발한 화염 체임버를 공개했다. 그동안 국내 방화용 보호구는 직물 수준에서 소재의 물성을 평가해 성능을 인증해 왔다. 이 때문에 소방관들이 실제 착용했을 때의 보호 효과를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 교수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전신 마네킹에 방화복을 입혀 부위별 예상 화상 정도와 쾌적감 등을 종합 평가하지만, 국내에선 완제품 상태에서의 평가가 의무화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화염 마네킹을 보유한 기관도 해외 제품을 수입해 온 단국대가 유일했다.

연구진의 화염 체임버는 소방관들이 가장 빈번하게 화상 입는 손 부위에 대한 방화 성능을 우선적으로 시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향후 얼굴과 목, 발 등 시험 부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연구진이 전국 소방공무원 9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화상을 입은 경험이 있는 소방관 중 58.9%가 손에 화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대부분 보호장갑을 착용하고 있었는데도 화상을 입은 것은 손 부위가 구조 작업 중 화염에 많이 노출되는 데 비해 장갑의 보호 효과가 취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로 2.55m, 세로 2.85m, 높이 2.6m인 체임버 내부에는 45도·90도 회전이 가능한 화염발생기 8개와 환기시스템, 안개발생기, 가스탐지기 등이 있다. 열 감지 센서가 탑재된 성인 남성 크기의 손과 팔 부위 마네킹이 m²당 84kW(킬로와트)의 열에 노출된다. 이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정한 고위험 화재 현장에서 노출되는 열량으로 섭씨 약 1000도 수준의 고열을 뜻한다. 마네킹 팔은 소방관들이 구조 작업 도중 손을 계속해서 움직이는 조건을 모사하기 위해 10초에 한 바퀴(360도)씩 회전한다.

김 교수는 “보통 장갑이 젖었을 때보다 말랐을 때 더 크게 화상을 입지만, 같은 젖은 상태에서는 습도가 높아질수록 화상 정도가 심해진다. 이런 부분을 검토하기 위해 습도를 최대 99%까지로 높일 수 있는 안개발생기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피부 깊이에 따른 온도 분포로 화상 정도를 예측하고 분석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하는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화염 체임버는 방화용 보호구에 대한 국내 표준을 개선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서울 관악소방서의 남기범 장비회계팀장은 “연구 결과가 현장에 적용되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향후 방화용 보호장갑에 대한 새로운 ISO 표준을 제안할 계획”이라며 “화염 체임버는 웨어러블 센서로 화재 현장과 소방관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는 스마트 방화복을 개발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