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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의 걱정처럼 미국에선 ‘FAANGs(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로 불리는 ‘슈퍼 디지털 플랫폼’의 기술 독과점, 이른바 ‘테코폴리(Techopoly)’, ‘디지털독점(Digital monopoly)’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심지어 1911년 스탠더드오일과 1982년 AT&T 분할처럼 테코폴리 기업들을 강제 분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저커버그 청문회 2주 뒤 미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에서 ‘디지털 플랫폼과 집중’을 주제로 ‘반독점 및 경쟁 컨퍼런스’가 열린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이 컨퍼런스에는 앨빈 로스, 장 티롤 등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등 전문가 50여 명이 참석해 디지털 독점 문제 해법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반독점 규제에서 테코폴리 기업들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시장 지배력 남용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검토하는 논의가 본격 시작된 것이다. 컨퍼런스 조직위원장을 맡은 가이 롤닉 시카고대 교수는 “데이터 집중이 우리의 민주주의에 끼친 체계적인 위험과 손해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테크폴리 폐해가 커질수록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반독점 규제를 통한 해법이 국내에서도 힘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슈퍼 플랫폼을 강제로 쪼갤 경우 막대한 개인 정보 처리 문제가 생기고 서비스가 축소돼 소비자 후생이 저해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기업 경영권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런 논란을 피하려면 테코폴리 사업자가 스스로 사업 모델을 바꿔 예상되는 위험을 피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사탕을 움켜쥐고 항아리에서 손이 빠지지 않는다고 울 게 아니라 감당하기 어려운 책임과 영향력을 덜어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네이버는 이번에도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뉴스편집 시스템을 개편하는 식의 땜질 대책으로 테코폴리 문제의 본질을 피해갔다. 사람들이 네이버에서 뉴스를 보고, 댓글을 달게 해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경영학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는 “기업은 사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사회적 의무를 다할 수 있는 형태로 조직돼야 한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수록 사회에 폐를 끼치는 사업은 오래갈 수 없다는 뜻이다. 네이버의 덩치가 커질수록 사회적 폐해가 증가한다면 직원들이 의회 청문회장에서 ‘네이버 해체’에 대한 모범 답안을 준비해야 할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