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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대신 스타일러, 건조기… 혼수 가전이 바뀐다

입력 | 2018-05-12 03:00:00

[토요기획]워킹맘이 꼽은 만족도 1위 가전제품




제 손으로 방 한 번 닦아본 적 없는 A 씨 커플. ‘혼수가전 체크리스트’를 뽑아 들고 야심 차게 가전제품 매장을 방문했지만 두통만 얻고 돌아왔다. 전부 들이고 싶지만 집은 좁고 예산은 적고, 필수 품목을 고르려니 지인이고 포털이고 답변이 천차만별이다. ‘시간거지’인 워킹맘들이 가사노동에서 해방시켜 줄 만한 품목을 추려봤다.


혼자 쓸고 닦고… 물걸레 로봇청소기

싱글이던 그 시절, 팔팔하던 20대에도 퇴근 후 집에 오면 늘 녹초였다. 세수할 힘도 없어서 소파에 한동안 누워 있었다. 낼모레 마흔인 지금은 체력이 더 달린다. 그런데 집에 오면 새로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므로 단 1%라도 힘을 덜어준다면 뭐든 집에 들여놓게 된다. 지인 집에서 보고 곧바로 지난달 주문을 넣은 물걸레 로봇청소기가 대표적이다.

결혼 전 30여 년 동안 한 번도 물걸레로 바닥을 닦아보지 않았기에 물걸레질이 얼마나 힘든지 몰랐다. 걸레를 빨아 무릎을 꿇고 거실을 한 번만 닦아도 진이 빠진다. 대충 청소기만 밀고 모른 척하려 해도 미세먼지가 내려앉은 바닥에서 뒹굴고 노는 아이를 보면 그럴 수가 없다. 이런 점에서 물걸레 로봇청소기는 신세계였다. 먼저 무선 청소기로 한 번 쓱 민 다음 버튼 하나만 누르면 알아서 온 집을 돌아다니며 바닥을 닦는다. 주변 장애물을 잘 파악해서 알아서 요리조리 피해 다니기도 한다.

물론 아주 구석진 곳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하지만 로봇이 가지 못하는 곳이면 아이도 잘 가지 않는다. 그냥 무시하면 된다. 아이 매트 위에 올려보니 매트에서만 열심히 돌아다닌다. 스스로 낙하하지 않도록 공간을 가늠하며 청소하는 듯했다. 주말 아침에 청소기 한 번 돌리고 “물걸레 로봇아 청소하렴” 하고 나가면 그만이다. 요즘 인기 있는 제품은 에브리봇, 아이로봇, 브라바, 삼성, 에코백스, 유진로봇, 다이슨 등이다.(결혼 7년 차 워킹맘 기자 K 씨)



진작 살걸 ‘기특한 너’… 스타일러

미세먼지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3월에 주문해 4월에 겨우 받은 아이템이다. 도저히 옷장 옆에는 자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거실 소파 옆자리를 내주었다.

스타일러에 꽂힌 첫 번째 이유는 옷을 세탁소에 맡길 시간이 없어서다. 워킹맘들은 주중이면 1분도 아껴서 움직여야 한다. 당연히 옷을 다릴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약간 구겨지고 더러워진 옷은 비용이 들더라도 세탁소로 보낸다. 문제는 세탁소에 옷을 맡길 시간이 주말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중에는 세탁소 아저씨를 만날 수가 없다.

매번 주말에 옷을 맡기고 평일 밤늦게 찾아오다 보니 입고 싶을 때 옷이 없는 일이 적잖다. 퇴근하고 몸이 천근처럼 느껴질 때 옷을 대충 의자 위에 걸쳐놓다 보니 구겨져 있을 때도 많다. 출근 준비에 시간을 쫓기며 옷을 잡았다가 주름진 모양에 소스라치게 놀랄 때도 있었다.

스타일러를 사용한 지 한 달. ‘더 일찍 샀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스럽다. 일단 구겨진 재킷과 트렌치코트에 ‘짱’이다. 고급 의류 코스로 34분 정도 돌려주면 깔끔해진다. 면 셔츠도 다림질까진 아니어도 주름이 사라지고 새 옷 같아진다. 미세먼지 때문에 찜찜했던 이불 살균도 할 수 있다.

이용하기도 간단하다. 퇴근해서 구겨진 재킷과 셔츠를 스타일러에 넣고 돌린 뒤 다음 날 아침에 꺼내 입으면 된다. 4월에 겨울옷 정리할 때도 요긴했다. 드라이클리닝을 하고 한 번밖에 입지 않아 또 세탁소에 맡기기가 애매했던 옷들은 스타일러에 돌린 뒤 정리했다. 보송보송한 느낌이 좋았다. 특히 패딩, 모피에 효과가 컸다.

단점도 있다. 결정적으로 실크제품은 사용할 수 없다. 주름진 실크 스카프와 실크 블라우스, 실크 스커트에 적절한 조치가 절실했는데…. 스팀을 기본으로 하다 보니 고급 소재로 만든 제품들은 사용하기 어려운 것 같다.

요즘 주목받는 제품은 LG전자 트롬 스타일러, 10만 원대의 간소형 제품인 미국 해밀턴비치의 이지스팀백 등이 있다. 삼성전자와 웅진코웨이 등도 신제품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결혼 9년 차 워킹맘 J 씨)



반찬부터 간식까지 ‘뚝딱’… 에어프라이어

둘째를 낳고 지난해 겨울부터 육아휴직 중이다. 그간 잘 보살펴주지 못한 첫째에게 맛난 걸 많이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손은 느리고 요리 감각은 없고…. 그때 에어프라이어를 추천받았다. “고기나 고구마, 감자, 어묵, 아무거나 그냥 넣기만 하면 돼.” 쉽고 간편하다는 말에 넘어가 샀다가 창고에 처박아 둔 가전제품이 많다는 사실에 잠깐 갈등했다. 그때 친구의 말은 쐐기가 됐다. “굽네치킨도 만들 수 있어.” 다음 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에어프라이어를 골라 사들였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밥과 간식을 전부 해결할 수 있었다. 고기를 좋아하는 다섯 살 아들은 에어프라이어를 거친 삼겹살과 스테이크로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운다. 고구마, 감자, 생선, 만두, 치킨 등도 자주 만들어 먹는다. 특히 치킨은 허브양념을 뿌리고 파, 양파를 썰어 넣은 뒤 에어프라이어에 튀기자 마법처럼 굽네치킨 같은 모양새가 나왔다. 돈가스는 지나치게 바삭바삭해 맛이 덜하지만 꼬마돈가스는 괜찮았다.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요령도 생겼다. 기름기가 쫙 빠져야 좋은 고기, 만두, 튀김 등은 기름종이를 깔아야 한다. 그 대신 기름기가 자작해야 맛이 나는 피자, 떡, 돈가스 등은 기름종이를 깔지 않는다. 요리 소요 시간은 180∼190도에서 20∼30분가량. 냉동식품과 튀긴 음식을 많이 먹게 돼 다이어트에는 도움이 안 된다. 새우나 큰 돈가스는 튀김 정도가 불만스럽다. 기름을 닦아내는 일이 다소 귀찮지만 베이킹소다와 뜨거운 물을 섞어 불리면 때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다. 대우어플라이언스, 필립스와 트레이더스의 제품이 요즘 인기다.(결혼 7년 차 워킹맘 L 씨)



빨래 널기 끝… 건조기

결혼 6년 차, 마침내 건조기를 집에 들였다. 미국 연수 중 ‘코인 세탁방’에서 쓰던 건조기의 편리함을 잊지 못해서다. 비가 쏟아지던 날에도 바삭바삭할 정도로 잘 말라 있는 옷들을 꺼낼 때 느껴지던 상쾌함도 잊기 어려웠다.

기자의 집은 96m² 정도. 실내가 좁아 건조기를 사기 전까지 고민이 컸지만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했다. 세탁기 위에 건조기를 놓았더니 공간 걱정이 사라졌다. 다만 키가 작다면 세탁물을 넣고 빼는 게 좀 불편할 수 있다.

건조기를 한 달간 사용해본 결과 두 가지 점이 특히 맘에 들었다. 우선 빨래가 끝난 옷을 꺼내 건조대에 거는, 가장 귀찮은 과정을 생략할 수 있었다. 특히 여름 장마철에 건조대 옆에서 제습기 두 대를 돌려도 꿉꿉한 냄새가 나 불쾌했다. 이제는 그럴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평소 입던 옷에 얼마나 많은 먼지들이 붙어 있었는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도 있다. 건조기를 다 돌리고 난 뒤 먼지거름망을 꺼내 보면 먼지가 수북하다. 특히 미세먼지 경보라도 울린 날 먼지거름망을 꺼내 보면 묘한 쾌감까지 느낄 수 있다.

아쉬운 점도 있다. 무엇보다 건조 시간이 생각보다 너무 오래 걸린다. 한 시간 동안 세탁한 옷들을 표준 코스로 건조하면 평균 두 시간 넘게 걸린다.

삼성전자, LG전자, 독일 블롬베르크, 터키 아첼릭 등이 내놓은 건조기들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결혼 6년 차 워킹맘 기자 L 씨)


‘청소 바보’를 천재로 바꿔주는 무선청소기

자랑은 아니지만 우리 부부의 ‘지저분 견딤 지수’는 매우 높다. 신혼 때에는 먼지와 사이좋게 뒹굴며 살았다. 아이가 생기면서 견딤 지수는 급격히 떨어졌다. 먼지가 방 구석구석에 쌓이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청소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유선청소기의 실타래처럼 꼬인 줄을 풀고, 거리가 멀어져 콘센트에서 플러그가 빠질 때마다 전원을 다시 꽂다 보면 심신이 바닥났다.

결국 무선청소기를 찾았다. 처음 사용할 때는 괜히 샀다 싶었다. 끈이 얽히고설켜 분노를 유발하던 유선청소기에 비하면 양반이었지만 손목과 손아귀가 너무 아팠다. 버튼을 계속 꾹 누른 채 청소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청소가 끝나고 나선 다신 못 하겠다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이용 횟수가 늘어나면서 통증은 사라졌다. 그때부터 무선청소기의 진가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돌릴 때마다 ‘샤샤삭’ 하는 소리와 함께 먼지가 사라지는 시각적 쾌감이 상당했다. “게으른 인간도 청소하게 만든다”는 지인들의 얘기가 과장이 아니었다.

친정과 시댁에도 무선청소기를 선물했다. 한데 반응이 달랐다. 60대로 비교적 체력이 좋은 편인 친정어머니는 주변에 “딸에게서 좋은 선물을 받았다”고 자랑하신다. 70대인 데다 건강이 그리 좋지 않은 시어머니는 “너무 무겁기도 하고 청소 결과도 맘에 들지 않는다”며 물걸레 로봇청소기를 찾으셨다.

‘무선청소기+스탠드형 물걸레청소기’ 또는 ‘무선청소기+로봇청소기’ 조합으로 돌리니 집이 말끔하다. 아쉬운 점도 있다. 특히 얼굴 쪽으로 바람이 불고, 필터를 비울 때 묵은 먼지가 날리는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 요즘 무선청소기 제품은 다양해지는 추세. 다이슨, LG전자, 일렉트로룩스, 디베아 등의 제품이 인기다.(결혼 5년 차 워킹맘 S 씨)



친정엄마 건강 지킴이… 전기레인지

어려서부터 불을 무서워했다. 그래서 요리할 때마다 불안하다. 활활 타오르는 불이 냄비 옆구리를 스쳐 솟구치거나 바람에 일렁일 때면 화들짝 놀라는 일도 잦았다. 두 아이를 낳곤 가스레인지가 더 못마땅해졌다. 천방지축 아들들의 키가 자라면서 부엌에 대한 공포는 더더욱 커졌다. 행여 손잡이를 돌려 가스레인지를 켤 수도 있다는 조바심이 생겼다.

여기에 미세먼지도 전기레인지를 구매하도록 만든 큰 요인이 됐다. 일주일 내내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려 실내 환기를 못 하게 된 데다 가스레인지에서도 심각한 미세먼지가 나온다는 언론 보도를 봤다. 일하는 딸 대신 부엌에 살다시피 하시는 친정엄마의 건강이 염려됐다.

전기레인지는 가열 방식에 따라 인덕션과 하이라이트로 나뉜다. 인덕션은 빨리 가열되고 빨리 식고, 하이라이트는 천천히 가열되고 천천히 식는다. 보통 인덕션 1개, 하이라이트 2개를 섞은 하이브리드 제품을 많이 산다고 한다.

전기레인지를 들여놓은 뒤 요리를 할 때 이산화탄소를 맡을 일이 줄어 만족스럽다. 요리 과정에서 느껴지는 열기도 덜해 쾌적한 기분마저 들었다. 전기레인지 전용 냄비를 써야 한다고 했지만 요즘은 다 호환이 된다. 뚝배기가 거의 유일한 금지 품목이다. 청소도 간편하다. 사용한 직후에 물티슈나 건티슈로 닦아주고, 일주일에 한 번 전용세제로 세척해주면 끝이다.

쿠쿠전자, LG전자, 삼성전자, 쿠첸 등 대부분 가전회사가 전기레인지를 내놓고 있다.(결혼 8년 차 전직 워킹맘 K 씨)

정리=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