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최준석. 스포츠동아DB
NC 김경문 감독은 비로 경기가 최소된 12일, 대전 원정지에서 베테랑 내야수 최준석(35)이 빙부상을 당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김 감독은 “과거에는 인식이 그렇지 않았지만 빙부상은 부친상과 똑같다. 서둘러 빈소로 이동해 장인어른 잘 모시고 복귀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최준석은 이튿날 유니폼을 입고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 나타났다.
사연은 이렇다. 최준석은 서둘러 빈소로 달려가려 했지만 아내 어효인 씨가 “아버지께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마지막 선물로 드렸으면 좋겠다. 열심히 뛰어 달라. 발인이 경기가 없는 14일 월요일이니 그 때만 지켜 달라”고 말했다.
최준석은 아내의 이 같은 바람을 코칭스태프와 의논했다. 다시 보고를 받은 김경문 감독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13일 최준석이 여느 때와 똑같이 묵묵히 훈련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며 모창민을 대신에 최준석을 선발 출전 명단에 넣었다. 김 감독은 조용히 이렇게 혼잣말도 했다. “홈런 선물 해드리면 좋은데….”
스프링캠프기간 스스로 혹독한 훈련을 소화하며 체중을 줄이고 스윙 스피드를 높이는데 주력했고 1군 엔트리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선발출장이 아닌 대타 요원 역학을 맡은 날도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단 한번뿐일지도 모르는 타석을 정성껏 준비했다.
아내의 뜻에 따라 빈소 대신 그라운드를 지킨 최준석은 13일 안타를 치지 못했다.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고 팀도 한화에 0-4로 패했다. 그러나 타석에 나올 때마다 땅볼을 쳐도, 외야 뜬공을 쳐도 1루까지 최선을 다해 뛰며 빈소 대신 그라운드에서 장인과 작별인사를 했다.
대전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