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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솔미의 일본TV 엿보기] ‘미투 파문’ 전 멤버를 향한 日 거대기획사의 깊은 울림

입력 | 2018-05-14 06:57:00

야마구치 타츠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용서받을 때까지 도울 것”

일본 연예계도 ‘미투’로 발칵 뒤집혔다. 유명 스타가 자신의 이름과 권위를 내세워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밴드 토키오(TOKIO)의 야마구치 타츠야가 활동을 중단했다. 23년 동안 활동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끼친 밴드의 멤버라는 점에서 현지 대중이 느끼는 배신감이 상당하다. 우리 연예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현지 소속사의 대처는 눈여겨 볼 만하다.

야마구치 타츠야는 일본 거대 기획사인 쟈니스 소속으로, 1994년 데뷔했다. 사건은 2월 야마구치 타츠야가 진행하는 NHK ‘R의 법칙’에 출연했던 여고생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이면서 벌어졌다. 음주 문제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그는 퇴원하자마자 술을 마시고 만취해 여고생을 추행했다. 피해자가 4월 말 해당 사실을 폭로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소속사는 사건이 터진 후 기자회견을 열어 야마구치 타츠야와 멤버 전원이 참석해 입장을 밝히도록 했다.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 소속사가 직접 사건 경위를 공개하기도 했다. 소속사는 타츠야와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당사자의 탈퇴 의사에 동의해 그룹을 4인조로 재편했다. 사건이 드러나기 전 녹화를 마친 프로그램은 편집돼 방송되고, 진행을 맡던 프로그램은 폐지됐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야마구치 타츠야의 얼굴은 사라졌으며, 언론에서는 그의 호칭을 ‘멤버’로 부르지 않고 있다.

이로써 야마구치 타츠야와 토키오의 연결고리는 완전히 끊어진 셈이다. 기획사 입장에서도 야마구치 타츠야를 관리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나 쟈니스 측은 “앞으로도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다시 사회에 복귀하려면 본인의 강한 의사와 주위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피해자에 대한 용서를 충분히 얻은 후에 어떤 식으로든 미래를 그릴 때까지 지원하는 게 우리의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전속계약은 해지됐지만 자사 소속이었던 멤버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다시 설 수 있을 때까지 함께하겠다는 책임의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정상의 스타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의 심적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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