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훈풍에 접경지 고가낙찰 속출 땅값 뛰자 투자자들 경매로 몰려… 감정가보다 24% 높은 값에 거래도 유찰되던 잡종지-논 등 낙찰 잇따라
기차 타고 북한 가는날 오나… 지난달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다음 달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향한 시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13일 일요일을 맞아 경기 파주 임진각평화누리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망원경 등을 이용해 북측 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파주=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3일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2일 입찰에 부쳐진 연천군 왕징면 소재 토지(1만1922m2)는 첫 경매에서 9770만 원에 낙찰됐다. 감정가(7869만 원)보다 24% 높은 금액이다. 이 땅은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 있는 데다 무덤도 여러 기가 있어 사실상 집을 짓거나 경작하기 어려운 땅이지만 남북 관계개선의 훈풍을 타고 땅값이 급등한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이달 들어 계속 나오고 있다. 8일 나온 왕징면 민통선 내 잡종지는 감정가(3억1831만 원)보다 약 20% 비싼 3억8010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 땅은 주택 등 구조물을 지을 수 없는 곳이어서 지난달 경매에서 유찰됐던 곳이다. 이 밖에도 강원 철원군에 있는 밭과 파주시 월롱면의 논도 감정가보다 5∼11% 높은 금액에 낙찰됐다.
접경지 토지 경매가 부쩍 관심을 끄는 건 이 일대 일반 토지시장이 주목을 받는 데다 경매로 나오는 물건이 많지 않아서다. 파주시 문산읍 한진공인중개사무소 김윤식 대표는 “2월부터 빠르게 오르던 땅값이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더 뛰면서 현재 호가가 한 달 전의 2배 수준까지 올랐다”고 했다. 인근 조병욱 태영공인 대표는 “쓸 만한 매물은 다 팔려나간 데다 최근 가격이 급격히 오르며 수요자들이 ‘이 가격에 사도 되나’ 하고 잠시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값이 조금만 떨어져도 당장 사겠다는 문의는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일반 토지 매매 시장가격이 단기간 급등한 데다 매물도 줄면서 수요가 경매시장으로 옮겨오고 있다”며 “경매 역시 물건이 많지 않아 당분간 고가 낙찰 사례가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2∼4월 파주시에서 나온 경매 물건은 월평균 96.3건, 연천군은 45.3건이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