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민우 카이로 특파원
하지만 이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미국 국무부는 올해 2월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에 맞춰 새 미국대사관이 예루살렘에 문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미국대사관이 제때 이전할 수 있도록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스라엘 국가계획위원회는 3월 미국대사관이 들어설 예루살렘 아르노나 지역의 건설 규제를 면제하기로 했다.
최소 3년이 걸린다던 미국대사관 이전 계획이 불과 5개월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놀랍게도 이스라엘은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일찌감치 예상하고 있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올해 1월부터 “미국대사관이 앞으로 1년 내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것”이라며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미국대사관 이전이 훨씬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게 나의 확고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그 현장을 취재하러 기자는 예루살렘에 다시 왔다.
이스라엘은 1947년 유엔 분할안에 따라 영국령 팔레스타인이 유대 지역과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분리되자 이듬해 5월 14일 독립을 선언했다. 이스라엘은 독립 선언 바로 다음 날 시작된, 이집트 시리아 이라크 레바논 요르단 등 아랍 5개국 연합군의 총공격(1차 중동전쟁)을 막아냈다.
팔레스타인에 이스라엘의 건국은 대재앙이었다. 이스라엘 군대는 팔레스타인 지역의 아랍 원주민들에게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를 강요했다. 당시 140만 명의 주민 가운데 약 80만 명이 유대인에게 고향 땅을 빼앗긴 채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으로 떠나야 했다. 일부는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등 주변 아랍 국가로 향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분노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 높이 8m, 길이 700km에 달하는 콘크리트 ‘분리장벽’을 쌓았다. 팔레스타인 자치구의 주민들은 이스라엘 당국의 허가증 없이는 체크포인트(검문소) 밖으로 나갈 수조차 없다. 이스라엘은 1967년 ‘6일 전쟁’(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 동예루살렘을 강제 병합했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의 성지(聖地)를 팔레스타인과 결코 나눠 가질 생각이 없다. 유엔은 예루살렘을 어느 국가의 소유가 아닌 국제사회 관할 지역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1980년 예루살렘을 ‘분리될 수 없는 이스라엘의 영원한 수도’로 규정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고향 땅을 빼앗긴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그 땅을 빼앗은 이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지난 70년간 매년 바로 옆에서 지켜봐 왔다. 그 느낌과 기분은 어떤 것일까. 짐작하기조차 쉽지 않았다.―예루살렘에서
박민우 카이로 특파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