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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반출 대상 핵무기’ 투명하게 공개할까

입력 | 2018-05-14 03:00:00

[北-美 비핵화 본격 협상]반출 합의해도 검증 난관 예상
핵실험 치른 풍계리 2번 갱도 폭파땐 ‘핵능력 증거인멸’ 우려도




북한이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기로 하면서 동시에 김정은이 얼마만큼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본격 시작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찰단의 본격 검증 전에 핵실험장을 폭파해 폐기하는 게 자칫 그동안의 핵실험 관련 증거를 ‘인멸’해 북한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북한에 요구한 핵무기 해외 반출도 백악관이 정확한 숫자를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실질적 비핵화를 검증하기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북한 외무성은 12일 공보를 통해 풍계리 실험장 폐기 일정을 공식화했다. 청와대가 남북 정상회담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실험장 폐쇄 의사를 대신 전한 데 이어 본격적인 폐쇄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 한미 당국은 이번 북한 결정에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풍계리 핵실험장 내 모든 갱도를 폐기하는 것이 과연 비핵화 검증의 최선책인지에 대해서도 전문가 의견이 엇갈린다. 아직 핵실험이 진행되지 않아 깨끗한 3, 4번 갱도를 폭파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북한으로서는 ‘미래의 핵’을 포기하는 상징성을 얻을 수 있고 국제사회 또한 북한의 추가 핵실험 우려를 상당 부분 감소시킬 수 있다.

그러나 과거 핵실험이 있었던 갱도의 폭파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5차례나 핵실험이 진행된 2번 갱도는 사건 현장을 보존하기 위해 당분간 그대로 남겨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국제사회의 핵사찰이 진행될 때 반드시 사찰을 진행해야 하는 핵실험장의 전면적인 폐기를 허용하는 건 증거 인멸을 방관하는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물론 반론도 있다. 국제 전문가들이 폐기된 핵실험장에서 충분히 북한의 핵실험 내용과 핵능력을 파악할 만한 시료를 채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번 갱도가 폭파되더라도 핵물질이 있던 갱도 내 기폭실 위치를 추정해 시추하면 유의미한 시료를 채취할 수 있다”며 “이미 일부 붕괴된 2번 갱도에 들어가 시료를 채취하는 것보다 일단 폭파한 뒤 채취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백악관이 김정은에게 핵무기의 해외 반출을 요구했지만 김정은이 실제로 얼마만큼의 핵무기를 갖고 있는지는 정확한 통계 자료가 없다. 한 소식통은 “미 중앙정보국(CIA)도 이와 관련한 정확한 자료가 없다고 한다. 오랫동안 북-미, 남북이 단절돼 있어서 마땅히 믿을 만한 휴민트(인적 네트워크에 기반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추후 검증 과정에서 북-미가 서로 ‘핵 검증 대차대조표’를 맞추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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