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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알파고 vs 알파고 특선보… 바둑을 두지 않는 알파고

입력 | 2018-05-15 03:00:00

○ 알파고 제로 ● 알파고 제로
4국 총보(1∼228)




이 바둑은 좌변 흑 대마가 중반 초입에 잡히면서 사실상 끝났다. 그 출발점은 하변 공방에 있었다. 하변은 원래 백의 진영인데 흑이 침투해 왔다. 백 진이었기 때문에 백이 흑을 몰아쳐야 하는데 백 1부터 거꾸로 하변 백말이 잡혀버렸다. 백이 큰 손해를 본 것처럼 보이지만 이건 백의 사석 작전이었다(흑 8=○). 백 9가 흔한 마늘모 행마인데 흑의 숨통을 콱 죄는 수. 흑은 좌변에선 살 수 없기 때문에 밖으로 탈출해야 한다. 흑이 어떻게 탈출을 시도해도 10의 곳을 선수당하는 순간 대책이 없기 때문에 흑 10으로 둬 버텼지만 백 11의 평범한 행마가 흑의 탈출로를 사실상 막아버렸다. 이후 좌변 흑은 여기저기 몸부림을 쳤지만 백의 그물망을 뚫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막판에 우하 패는 인간의 기준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백이 쉽게 마무리할 수 있는 장면에서 이렇게 생사가 걸린 패를 자초한다는 건 아마추어도 하지 않는 실수. 그러나 알파고는 실전이 더 쉬울지 모른다. 알파고는 사실 바둑을 두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83=48, 183 191 197 203 209 215 221=167, 188 194 200 206 212 218 224=180, 192=73, 227=189.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