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폐기 대신 핵 군축 가능성… 미군철수, 北보다 南 먼저 말할것” 자서전 ‘3층 서기실의 암호’ 출간… “김정은, 성격 급하고 즉흥적”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14일 국회 강연에 앞서 취재진에 “북한은 (핵 폐기를) 죽었다 깨어나도 못 한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태 전 공사는 이날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주최한 남북관계 전망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북한 내 핵시설에 대한) 무작위 접근을 허용해야 하는데 현 정치구조상 죽었다 깨어나도 못 한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가 5만∼7만 명이 있을 만큼 크다. 북한이 이 지역에 핵을 숨겨놨을 것이라고 미국이 보여 달라고 하면 수십 년간의 범죄가 다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북-미 정상회담은 선언적 합의에 그칠 것”이라며 “진정한 CVID에 기초한 완전한 핵 폐기가 아니라 핵 위협을 대폭 감소시키는 ‘SVID(충분한 비핵화)’ 수준의 핵 군축으로 결국 북한은 비핵국가로 포장된 핵보유국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한국 내에서 먼저 주한미군 철수 얘기가 나올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이 한미동맹과 안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은에 대해선 냉정한 평가를 당부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가 늘고 있는 데 대해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이 고모부(장성택)를 죽였을 때는 악마라고 했는데, 한 번 (정상회담에) 오니 ‘쿨한 사람’이 됐다”고 했다.
이날 자서전 ‘3층 서기실의 암호’를 출간한 태 전 공사는 책에서 김정은에 대해 “성격이 대단히 급하고 즉흥적이며 거칠다”고 묘사했다. 태 전 공사는 2015년 김정은의 자라 양식공장 현지지도 일화를 소개하며 “새끼 자라가 떼죽음당한 데 대해 전기와 사료 부족을 이유로 든 공장 지배인을 질책한 김정은이 차에 오르면서 지배인 처형을 지시했고, 즉시 총살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