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D-30]신태용호 28명 발표… 뜻밖의 2명
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이 열린 14일 서울시청 다목적홀. 신태용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48·사진)이 이승우를 호명하자 장내가 술렁였다. 성인 대표팀에 한 번도 소집된 적 없는 이승우가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준비 중인 대표팀의 소집 훈련에 ‘깜짝 발탁’됐기 때문이다.
이날 신 감독은 21일부터 시작되는 국내 소집 훈련에 참가할 대표팀 명단(28명)을 발표했다. 월드컵 최종 엔트리는 23명이기 때문에 소집 훈련 참가 선수 중 5명은 탈락한다. 대표팀은 다음 달 4일까지 국제축구연맹(FIFA)에 최종 엔트리를 제출해야 한다. 이승우는 국내 소집 훈련에서 선배들과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게 됐다.
그러나 신 감독은 “20세 이하 월드컵 대표팀 사령탑일 때 (이승우와) 함께 생활해봤기 때문에 그의 장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이승우의 활용법을 소개하며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본선 첫 상대인 스웨덴을 분석하면서 이승우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승우는 상대 문전 앞에서 많은 파울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가 월드컵에 간다고 가정한다면 작은 선수가 민첩하게 움직이면서 상대 수비 뒤 공간을 파고드는 능력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 수비진은 체격이 좋지만 민첩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현재 대표팀의 약점은 볼을 몰고 달릴 수 있는 돌파형 선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승우는 드리블에 장점이 있기 때문에 조커로 사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승우는 “대표팀에서 1분이라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모든 것을 걸고 뛰겠다. 신 감독님이 기회를 주신 만큼 (내 장점을) 증명해 보일 것이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소속팀에서 벤치 신세인 이청용(30·크리스털 팰리스)도 일단 대표팀에 합류시켜 살펴보기로 했다. A매치 78경기에 출전한 이청용이지만 올 시즌 소속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려 경기력이 떨어져 있다. 이청용은 올 시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7경기에 출전했는데 이 중 6경기가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은 것이다. 신 감독은 “이청용은 분명히 메리트(장점)가 있는 선수다. 2번의 월드컵 경험(2010년 남아공, 2014년 브라질)이 있는 데다 개인 기술이 타고난 선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청용에게 ‘월드컵에 갈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말라’고 얘기했었다. 크리스털 팰리스의 감독도 ‘경기에는 나서지 못하지만 이청용의 몸 상태는 좋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염기훈(35·수원)이 부상으로 낙마한 가운데 신 감독은 큰 대회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이청용에게 기회를 줬다. 일각에서는 ‘소속팀 경기에도 나오지 못하는 선수를 대표팀에 뽑은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신 감독은 “(이청용을) 당장 월드컵에 100% 데려가겠다는 것이 아니다. 이청용 스스로 국내 소집 훈련에서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귀국한 이청용은 “신 감독님께서 경기에 많이 출전하지 못한 나를 명단에 넣은 것은 그만큼 내 역할이 크고 믿음이 있다는 것으로 생각한다. 감독님을 실망시키지 않겠다.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해 체력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월드컵에 참가할 23명의 최종 명단은 국내에서 치러지는 온두라스(28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6월 1일)와의 두 차례 평가전 이후에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