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연극 ‘페스트’로 돌아온 연출가 박근형
국립극단 복귀작으로 ‘페스트’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박근형 연출가는 “무엇 때문에 고통받고 사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차기작으로는 “가수 김민기 씨의 노래 ‘가뭄’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그가 5년 만에 국립극단에 복귀한다. 18일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페스트’를 통해서다. 서울 용산구 청파로 국립극단에서 10일 박 연출가를 만났다.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하지만, 오랜만에 국립극단과의 작업을 앞둔 그의 표정에서는 설렘이 묻어났다. 하지만 소감을 묻자 그는 “덤덤하다”고 했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르고, 정부 지원 사업이나 국립극단과의 작업에서 배제됐다고 해서 상처를 입거나 억울한 건 없었어요. 저와 같이 작업했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은 동료 연극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을 뿐입니다.”
“현대 사회만큼 하루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한 사회가 있을까요? 그런 사회에서 전염병이 번지고, 도시가 폐쇄되면 한국인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죠.”
그는 원작의 도시 ‘오랑’을 철조망을 두고 둘로 나뉜 한반도로 변주했다. 작품에서는 장벽으로 인해 둘로 갈라진 섬을 배경으로 삼았다.
“미세먼지, 혼밥 등 요즘 한국 사회에서 화두가 되는 소재를 곳곳에 배치했어요. 관객이 한국인이니까 가장 와 닿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스스로 ‘게으른 연출가’라고 평가한다. 그가 대표로 있는 극단 골목길의 ‘경숙이, 경숙 아버지’ 초연 당시 대본이 완성되지 않은 채 작품을 무대에 올려 공연 초반 관객들에게 “대본이 여기까지 나와 오늘 공연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겠다”고 공지한 것은 유명한 얘기다.
“연극에 대한 철학이 ‘놀면서 하자’예요. 연극은 무조건 쉽게 만들어야 해요. ‘페스트’가 워낙 방대하고 등장인물이 많은 작품이라 주인공 리유의 캐릭터를 극중 의사와 내레이터 2개 역할로 나눴어요. 관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6월 10일까지, 2만∼5만 원. 1644-2003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