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의학전문기자 의사의 따뜻한 의료정책이야기]
만성폐쇄폐질환(COPD)의 초기 증상이 의심되는 환자가 폐활량을 측정받기 위해 폐기능 검사를 받고 있다. 폐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는 폐기능검사는 현재 국가건강검진 중 하나로 검토 되고 있다. 한림대 의대 제공
COPD는 일반인에게 생소할 수 있습니다. 이는 폐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고, 염증에 의해 기도가 좁아지는 병으로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 질환은 노인에게서 급격하게 늘어나는 대표적인 폐질환입니다. 유해한 입자나 가스 흡입에 의해 발생합니다. 대표적인 발생 원인은 흡연입니다.
COPD의 사망률은 세계적으로 3위, 국내에선 7위일 정도로 심각한 질환입니다. 국내에는 COPD 환자가 약 3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이 중 5%만 병원에서 치료받을 정도로 인지도가 매우 낮은 질환입니다.
11일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와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주관한 미세먼지 토론회에서 학회는 폐 기능 검사를 56세부터 10년 단위로 국가가 무료로 검사해주는 ‘국가건강검진’에 포함시키자고 제안했습니다. 폐 기능 검사비는 외국에서 10만 원이 넘지만 국내에선 1만 원 정도입니다.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거죠. 56세 인구가 70만 명 정도 이니 총 검사 비용은 70억 원 정도입니다.
정기석 한림대 의료원장(호흡기 내과)은 “국내에 COPD 진단을 받은 환자가 적은 것은 직장인을 제외하고 일반인들이 폐 기능 검사를 잘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폐 기능 검사를 통해 경증 환자들을 많이 찾아 조기에 관리 및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COPD 환자를 상대로 폐 기능 검사를 하지 않는 것은 당뇨병 환자를 상대로 혈당을 재지 않고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측정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흡연과 미세먼지 등이 COPD의 주요 원인인 만큼 검사비용을 담뱃세로 마련한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충당해도 될 것입니다.
현재 건강증진기금으로 지원하는 국가필수백신 접종비용만 3000억 원이 넘다 보니 흡연자들의 불만이 많습니다. 자신들이 낸 세금이 정작 자신들에겐 쓰이지 않기 때문이죠. 따라서 흡연자나 간접흡연자의 폐 건강을 돌보는 ‘폐 기능 검사’에 건강증진기금을 지원한다면 흡연자들의 환영을 받을 것입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