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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北, 철저하고 자유로운 사찰 보장하라

입력 | 2018-05-16 00:00:00


북한은 23∼25일로 예정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에 외부 전문가의 참관을 보장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아랑곳없이 시설물 철거를 이미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7일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을 토대로 “핵실험장 건물들과 갱도로 이어지는 철길 중 일부는 이미 자취를 감췄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대로 갱도들을 모두 붕괴시키고 현장을 폐쇄한다면 그동안 북한이 진행했다는 6차례 핵실험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분석할 현장이 사라지게 된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미국 백악관 관리는 14일 “핵실험장 폐기는 비핵화의 주요 절차로 국제적 전문가들에 의해 사찰이 이뤄지고 완전한 확인 절차가 가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은 어제 전문가 참관 문제에 대해선 아무 언급 없이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한국 언론은 통신사 1곳, 방송사 1곳을 초청한다고 알려왔다. 언론 초청마저도 보여주는 것만 알리라는 식으로 진행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북한이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하는 선언이나 이벤트와 달리 검증과 사찰처럼 외부의 개입을 수용해야 하는 절차에는 부정적 태도로 나오면 비핵화 약속의 진정성을 의심받고 전체 프로세스의 추동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자유롭고 철저한 검증과 사찰은 핵무기 제거·핵시설 폐쇄와 더불어 비핵화를 이루는 기둥이다. 북한은 2005년 9·19합의에서 비핵화를 약속하고도 시료 채취를 거부해 합의 전체가 깨진 바 있다. 북한에는 영변 핵시설을 비롯해 자강도 하갑, 평안북도 태천 박천 천마산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을 시작으로 이들 시설의 폐쇄 역시 실행과정과 그 후 상태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의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현장과 데이터에 접근해서 검증할 수 있도록 보장되지 않는 한 완전한 비핵화는 공염불에 그치게 된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P5가 검증하는 방안을 북한에 타진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한국도 당사국으로서 검증 작업에 참여하는 게 마땅하다. 비핵화 프로세스 실행 기간은 물론이고 그 후 언제든 모든 핵 관련 시설 및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프로세스의 어떤 단계에서도 북한이 검증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확실히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