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원스토어 eBook사업팀 매니저
악을 쓰고 펑펑 눈물 흘리는 배우들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리고 부러웠다. 얼마나 개운할까. 그때였다, 언젠가 나도 한 번쯤 연기를 해보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8년이 흘렀다. 크고 작은 일상에 치여 이런 치기 어린 바람은 기억 저편으로 잊혀져 갔다. 그러다 얼마 전 우연히 하루짜리 취미연기 클래스를 발견했고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오늘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그곳을 찾았다. 처음 본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문 앞에 선 마지막 순간까지 망설였다. 각기 다른 이유로 보통 사람 네 명이 모였다. 누군가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누군가는 부족한 감정 표현을 늘리기 위해서, 또 누군가는 억눌러왔던 묵은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서. 생면부지의 네 사람은 친구가 되어 울기도 하고, 직장 동료가 되어 화를 내기도 했다. 가상의 소주잔을 주고받으며 눈물이 나도록 웃기도 했다.
온전히 지금 이 순간의 감정에만 집중해 또 다른 내가 되어보는 시간. 연기란 말 그대로 ‘play’, 감정을 재료로 한 하나의 ‘놀이’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더불어 그간 우리가 감정의 존재를 얼마나 등한시해 왔는지도. 비단 우리뿐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인들은 대체로 감정 표현에 인색하고 항상 타인을 의식하며 긴장도가 높다. 한국 경제 규모는 작년 기준 세계 12위인 반면 행복지수는 57위, 자살률은 13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강사님 말씀과 같이 그 간극에서 놓친 무언가가 분명 존재한다.
공감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표현 없이는 공감도 없다. 어느 노래 가사 중 이런 말이 있다. ‘오그라든다는 말은 누가 만든 걸까.’ 가끔은 어려도 좋고, 오그라들어도 좋다. 조금 더 감정 표현에 관대해질 때 우리, 보다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김지영 원스토어 eBook사업팀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