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비핵화 협상]軍안팎서 ‘남북 군사회담 의제’ 여론
○ 도발 사과는 군사적 신뢰 구축의 첫걸음
회담이 열리면 양측 간 서해 NLL 논의 과정에서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 문제도 어떤 식으로든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군 당국자는 “두 도발이야말로 서해 NLL이 왜 평화수역이 돼야 하는지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정경두 합참의장(공군 대장)이 김정은에게 거수경례를 하지 않은 것도 두 도발에 대한 북한의 사과나 반성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북한의 반응과 태도다. 남북 간 군사적 신뢰 구축의 첫 단추가 불행한 역사의 청산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천안함·연평도 도발의 책임을 깨끗이 인정하고 사과와 진정한 유감 표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군 내에선 지배적이다. 또 다른 군 당국자는 “우리 군의 사과 요구를 북한이 전격 수용해 관련 입장이나 조치를 취한다면 북한 비핵화 등 대남 유화 기조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DMZ 내 감시초소(GP)와 중화기 철수를 비롯해 군비 통제와 재래식 군축 등 평화협정에 이르는 군사적 후속 조치 협의도 한층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김영철이 북-미 간 핵심 라인인 여건에선 어려울 수도
하지만 지금으로선 이런 기대가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이 크다. 천안함 도발과 아무 연관이 없다는 북한의 ‘발뺌 수법’이 달라진 정황이 보이지 않아서다.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에 배석한 북측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평양에 간 예술단과 기자단을 만나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입니다”라고 비아냥거린 것에서도 그런 기류가 감지된다. 군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천안함 소행과 민간인을 희생시킨 연평도 도발 책임을 뒤늦게 인정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북한이 판단해 아예 논의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