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고리 원전보다 한층 복잡한 공론화 과정
16일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가 발표한 공론화는 지난해 10월까지 석 달간 진행한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론화 방식을 차용했다.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은 참여 의사를 밝힌 2만여 명 중 471명이 뽑혀 숙의 과정을 거친 뒤 ‘건설 재개’로 최종 권고안을 냈다.
하지만 신고리 원전 때보다 논의는 한층 복잡할 수밖에 없다. 김학린 공론화위원은 “신고리 5, 6호기는 건설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라 시나리오가 없었지만 대입 개편은 다양한 변수를 조합해야 해 여러 개의 모형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대입 개편 모형은 학부모와 교사 등 이해관계자와 교육 전문가 20∼25명이 참여한 워크숍에서 각 모형의 장단점을 취사선택한 뒤 4, 5개로 압축된다.
대입 개편 공론화 절차 중 눈에 띄는 것은 대입 개편안의 직접적 당사자인 중고교생의 의견을 네 차례에 걸쳐 듣기로 한 점이다. 다만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고 투표권이 없는 학생들은 시민참여단 400명에서 제외된다.
○ 비전문가의 여론조사 뒤에 숨은 정부
당초 문재인 정부는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사 중단을 공약했으나 공론화위 시민참여단의 59.5%가 공사 재개를 선택하자 이를 수용했다. 올해 1월 문재인 대통령은 “신고리 5, 6호기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보았듯이 정책의 옳고 그름에 앞서 추진 과정에서 공감을 얻어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공론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이 ‘어떤 학생을 선발하느냐’와 대중이 ‘어떤 사람을 좋아하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전문가 집단인 정부는 숨어버리고 아테네식 직접민주주의로 복잡한 교육 문제를 풀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대입제도 개편은 미래 세대가 희생되기 쉬운 연금개혁과 달리 공론화를 통해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다만 선호도 조사가 아니므로 정확한 정보 전달과 정보 숙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3 딸을 둔 학부모 김모 씨(42·서울 강남구)는 “대입은 직접 겪어 보지 않으면 문제를 알 수 없다”며 “이해당사자인 고교생과 최근 대입을 경험한 대학 신입생, 그리고 이들의 부모가 설문조사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김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