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피카소 작 ‘꿈’ 1932년
암체어에 앉아 달콤한 꿈을 꾸는 듯한 이 여인은 마리테레즈 왈테르. 피카소의 4번째 뮤즈다. 이 그림은 21세 왈테르의 초상화로 피카소는 당시 51세 유부남이었다. 이 금발 미녀를 소유하고픈 욕망을 가진 건 비단 피카소만이 아니었다. 과시욕에 불타는 부자들도 마찬가지였다.
1997년 오스트리아 펀드매니저 볼프강 플뢰틀은 경매에서 ‘꿈’을 4800만 달러에 손에 넣은 뒤, 2001년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업계 대부 스티브 윈에게 6000만 달러에 넘겼다. 윈은 마케팅 묘안으로 자신의 호텔 카지노 벽에 ‘꿈’을 걸어두었다. 피카소의 뮤즈는 요란한 슬롯머신과 떠들썩한 소음에 둘러싸여 불편한 잠을 청하는 신세가 됐다. ‘피카소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윈은 뉴욕 헤지펀드 거부인 스티븐 코언에게 그림을 팔기로 했다. 제시된 가격은 1억3900만 달러로 당시 세계 최고 작품가였다.
기술의 힘일까? 피카소라는 브랜드의 힘일까? 2013년 이 그림은 감쪽같이 복원되어 다시 경매에 나왔고, 무려 1억5500만 달러에 팔렸다. 한 번 손상되었던 작품임에도 역대 피카소 작품 최고가를 경신했다. 구매자는 7년 전 ‘꿈’의 주인이 될 뻔했던 코언이었다. 1700억 원이라는 그림값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을 소유하고자 하는 부자들의 과시욕 같은 욕망이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