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정권 폭탄으로 속내 섞어 결론만 단적으로 말해… ‘두목 화법’으로 정계선 통했지만 성희롱 피해자에 상처 분노 불러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을 지탱하는 핵심 인물인 아소 다로(麻生太郞·78·사진) 재무상 겸 부총리의 거듭되는 실언과 막말이 정권의 리스크 요인으로 떠올랐다. 그간 ‘두목 스타일’의 친화력 있는 화법이라고 포장돼 온 ‘아소 화법’에 대해 자민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15일 국무회의 후 회견에서 그는 “재무상으로서도 개인으로서도 성희롱 행위를 인정했다고 생각하셔도 된다”고 말해 “개인적으로는 성희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 11일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에서의 발언을 뒤집었다. 1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는 성희롱 문제가 지난달 12일 발각된 뒤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피해자에게 사죄했다. 그러나 이날 야당 공동대표가 질문하는 도중 자리에 앉은 채 야유를 퍼부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3월 재무성에 의한 공문서 조작이 밝혀진 뒤 국세청 장관에 이어 성희롱 문제로 재무성 사무차관도 사임한 상황. 그런데 이들의 임명 책임을 가진 아소 재무상은 반성하기는커녕 실언이나 막말을 반복해 국회에서 추궁받는 장면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아소 화법’의 특징은 속내를 드러내고 여러 정보를 생략한 채 결론만을 단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그의 이런 화법은 정계에서 친화력을 발휘해 우군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경솔함에 더해 재무성 관리감독자로서 반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들은 15일 국회대책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아소 재무상의 사임을 요구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입헌민주당 쓰지모토 기요미(辻本淸美) 국대위원장은 기자들에게 “갖가지 문제가 터지는 가운데 그는 계속 믿을 수 없는 발언을 하고 있다. 정신을 잃은 사람에게 장관직은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아소 재무상은 이날도 중의원에서 재무성 수장으로서 사무차관과 국세청 장관이 공석인 책임을 추궁받자 “원인 규명, 재발 방지를 위해 주어진 책임을 다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쏟아지는 비판에도 이처럼 아소 재무상이 버틸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사라지면 비판의 화살이 고스란히 아베 총리에게 향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아베 총리의 맹우로 2012년 아베 2차 정권이 출범한 이래 부총리 겸 재무상을 맡아왔다. 자민당 내에서 두 번째로 큰 파벌인 아소파(59명)를 이끄는 수장이기도 하다.
※ 아소 재무상의 최근 문제 발언
● “문서 조작은 일상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은 전혀 아니다. 개인의 자질이나 그런 것들에 의한 점이 크지 않은가.”(5월 8일 기자회견)
● “(후쿠다 전 사무차관) 본인이 성희롱 행위가 없다고 말하고 있는 이상 있었다고 말하기 어렵다.”(5월 11일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
● “자기가 말하고 싶은 거야, 이 사람은.”(5월 1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당 의원 발언에 야유)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