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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 트레킹]<4>왜? 마추픽추인가?

입력 | 2018-05-18 04:00:00


새벽 5시부터 트레킹을 시작해 동틀 무렵이 되면 마추픽추의 장관을 볼 수 있는 인티푸쿤에 도착한다. 두 손 두 발을 모두 사용해 가파른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한왕용 씨 제공

트레킹 3일차. 전날, 데드 패스(Dead pass)를 넘은 뒤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꿀잠을 잤다. 첫날과 달리 코고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죽음 같은 피로를 경험한 덕분이다.

3일차는 유난히 많은 잉카 마을을 지났다.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대규모 경작지를 만났고, 제법 큰 산을 세 번이나 넘는 사이 아름다운 돌길도 마주쳤다. 이제 일행은 먼 옛날 잉카인들처럼 신전에 들러 기도를 하고 식곤증을 핑계로 그들의 방에 들어가 낮잠도 살짝 청해본다.

캠핑장 숙소에 도착했다. 이제 하루만 자고 나면 마추픽추에 이른다. 이른 새벽 동이 트길 기다렸다가 태양의 문을 지나 5시간만 걸으면 꿈에 그리던 마추픽추를 볼 수 있다.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숲 속을 산책해보지만 자꾸 마음이 설렌다. 잠도 오지 않아 한두 시간 겨우 눈을 붙이고 일어나 앉았다.

새벽 4시, 짐을 챙기고 트레킹의 마지막 체킹포스트로 갔다. 너나할 것 없이 서로 먼저 마추픽추를 보려는 200명의 참가자들이 이른 새벽부터 긴 줄을 만들고 있다. 신분 확인만 1시간 정도 한 뒤에야 산행이 진행됐다. 어둠 속에 시작된 마추픽추 등반. 한결같이 흥분한 모습들이다. 마추픽추 마운틴의 산허리를 돌아 마추픽추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안티푸쿤 잉카 마을에 도착하려면 가파른 계단을 20분쯤 올라가야 한다. 데드 패스를 넘을 때처럼 또 다시 두 손을 사용해 기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고통스러운 얼굴이 아니라 웃음 가득 장난기 섞인 모습들이다.

잉카트레킹의 정점 마추픽추를 보기 위해 4일을 걷고 넘고 기었다. 한왕용 씨 제공


태양이 마추픽추를 한껏 비추고 있었다. 잉카인들이 혼을 한껏 불어넣은, 4일 동안 본 잉카 마을들을 모두 합쳐놓은 것보다 더 큰 규모의 잉카 유적 마추픽추가 눈앞에 펼쳐졌다. 순간 심장이 박동을 멈추는 듯했다. 당일 투어로 마추픽추에 가면 이 모습을 볼 수 없다. 마추픽추 밑에서 올라와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잉카트레킹 코스로 온 사람들은 300m 높은 곳에서 마추픽추를 볼 수 있다. 그 모습은 감격 또 감격이다.

한껏 고조된 마음을 안고 30분쯤 내려오면 마추픽추의 속살을 보게 된다. 한쪽은 살림을 사는 공간으로, 다른 한쪽은 농사를 짓는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특이한 것은 콜카라는 곡물창고가 있는데 이 창고는 곡식을 장기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과학적으로 설계됐다. 콜카 덕에 잉카제국은 가뭄에도 무너지지 않고 오래 유지될 수 있었다고 한다.

콜카가 육신을 지속시켰다면 영혼을 지킨 것은 신전이다. 신전은 콜카 윗자리 태양 빛이 제일 잘 드는 곳에 있었다. 성직자로서 신전은 당연한 관심사다. 어느 시설보다 유심히 관찰하던 중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신전 바로 밑에 있는 당시 성직자의 방이었다. 침실과 거실, 씻는 곳까지, 호사도 이런 호사가 따로 없는 규모였다. 왕 다음으로 권세를 누린 흔적이다.

마추픽추 안에는 하루 400명만 사전예약으로 허가되는 와이마추픽추가 있다. 너무 가파른 코스여서 노약자는 어렵다. 용기를 내 올라온 한 여성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왕용 대장의 부축으로 구원(?)됐다. 한왕용 씨 제공

마추픽추의 진수는 와이마추픽추다. 보통은 마추픽추만 보고 내려가는데, 마추픽추 유적 안에는 티켓을 별도로 구입해야 입장할 수 있는 와이마추픽추 유적이 있다. 하루 400명만 입장할 수 있으며 이조차 사전 예약을 해야만 가능하다. 와이마추픽추는 마추픽추에서 400m 높이를 가파르게 1시간 40분 정도 올라가야 한다. 와이마추픽추부터 마추픽추 유적이 건설되었다고 한다. 그 다음 차차 아래로 내려와 지금의 마추픽추 마을이 완성되었다. 와이마추픽추에 오르면 왜 마추픽추가 단순한 삶을 영위하는 기능적 마을로 설계되지 않고 잉카인들의 신앙심을 표현하는 모양새로 설계되었는지 단숨에 알게 된다. 마추픽추 마을 위로는 마추픽추 마운틴이 있고 마을 밑으로는 양옆으로 큰 강이 흐른다. 태양이 보호하고 물이 받쳐주는 도시 설계가 한눈에 보인다. 신이 자신들을 보호해준다는 믿음이 그대로 그려져 있다.


홍창진 신부(경기도 광명성당 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