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부터 트레킹을 시작해 동틀 무렵이 되면 마추픽추의 장관을 볼 수 있는 인티푸쿤에 도착한다. 두 손 두 발을 모두 사용해 가파른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한왕용 씨 제공
3일차는 유난히 많은 잉카 마을을 지났다.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대규모 경작지를 만났고, 제법 큰 산을 세 번이나 넘는 사이 아름다운 돌길도 마주쳤다. 이제 일행은 먼 옛날 잉카인들처럼 신전에 들러 기도를 하고 식곤증을 핑계로 그들의 방에 들어가 낮잠도 살짝 청해본다.
캠핑장 숙소에 도착했다. 이제 하루만 자고 나면 마추픽추에 이른다. 이른 새벽 동이 트길 기다렸다가 태양의 문을 지나 5시간만 걸으면 꿈에 그리던 마추픽추를 볼 수 있다.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숲 속을 산책해보지만 자꾸 마음이 설렌다. 잠도 오지 않아 한두 시간 겨우 눈을 붙이고 일어나 앉았다.
잉카트레킹의 정점 마추픽추를 보기 위해 4일을 걷고 넘고 기었다. 한왕용 씨 제공
태양이 마추픽추를 한껏 비추고 있었다. 잉카인들이 혼을 한껏 불어넣은, 4일 동안 본 잉카 마을들을 모두 합쳐놓은 것보다 더 큰 규모의 잉카 유적 마추픽추가 눈앞에 펼쳐졌다. 순간 심장이 박동을 멈추는 듯했다. 당일 투어로 마추픽추에 가면 이 모습을 볼 수 없다. 마추픽추 밑에서 올라와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잉카트레킹 코스로 온 사람들은 300m 높은 곳에서 마추픽추를 볼 수 있다. 그 모습은 감격 또 감격이다.
한껏 고조된 마음을 안고 30분쯤 내려오면 마추픽추의 속살을 보게 된다. 한쪽은 살림을 사는 공간으로, 다른 한쪽은 농사를 짓는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특이한 것은 콜카라는 곡물창고가 있는데 이 창고는 곡식을 장기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과학적으로 설계됐다. 콜카 덕에 잉카제국은 가뭄에도 무너지지 않고 오래 유지될 수 있었다고 한다.
콜카가 육신을 지속시켰다면 영혼을 지킨 것은 신전이다. 신전은 콜카 윗자리 태양 빛이 제일 잘 드는 곳에 있었다. 성직자로서 신전은 당연한 관심사다. 어느 시설보다 유심히 관찰하던 중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신전 바로 밑에 있는 당시 성직자의 방이었다. 침실과 거실, 씻는 곳까지, 호사도 이런 호사가 따로 없는 규모였다. 왕 다음으로 권세를 누린 흔적이다.
마추픽추 안에는 하루 400명만 사전예약으로 허가되는 와이마추픽추가 있다. 너무 가파른 코스여서 노약자는 어렵다. 용기를 내 올라온 한 여성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왕용 대장의 부축으로 구원(?)됐다. 한왕용 씨 제공
홍창진 신부(경기도 광명성당 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