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비핵화 줄다리기]
○ 북한 맞춤형인 ‘트럼프식 비핵화 모델’
미국은 그동안 볼턴 보좌관 등 강경파를 통해 리비아식 비핵화 가능성을 엿봤다. 김정은이 완전한 핵 포기를 선언하고 검증까지 이뤄진 후에야 제재 해제를 비롯한 보상이 이뤄지는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가장 좋은 방식이다. 리비아는 핵 포기 선언 후 관련 프로그램이 모두 폐기되기까지 고작 1년 10개월 걸렸다. 그러나 이미 핵탄두 16∼60기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확보해 리비아와 핵 능력이 다른 북한에 리비아의 해법을 적용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는 게 중론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13일 폭스뉴스에 나와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는 데 동의한다면 미국은 미국 민간부문이 북한에 투자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며 민간 투자를 약속했다. 사회간접자본과 농업 분야 등 투자 대상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어 병진 노선을 철회하고, 경제건설 총집중에 나선 북한의 노선 변경에 코드를 맞춘 셈이다. 이에 결국 ‘트럼프 모델’의 핵심은 북한이 신속하고, 투명하게 비핵화에 나설 경우 파격적인 경제 보상을 해주겠다는 데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 비핵화 ‘디테일의 악마’ 놓고 신경전
그러나 합의문 문구 등을 놓고 벌일 디테일 싸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동시적·단계적 접근을 강조한 북한은 가급적 일찍 보상을 받아내기 위해 최대한 비핵화 단계를 쪼개려 할 것이고 미국은 그 반대다. 또 비핵화 이행의 ‘하이라이트’인 핵무기가 북한 땅을 언제 벗어날지, 핵심적인 제재를 언제 풀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은 최대한 핵을 오래 가지려, 미국은 최대한 제재 해제를 늦추려 싸움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신경전이 상대를 향한 것이라기보다는 ‘대내용’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은 미국의 강경파가 아닌 김정은의 결단에 의해서 핵을 포기했다는 그림을 만들 필요가 있다. 트럼프 또한 CVID를 강하게 주장하다가 결국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좋은 합의가 이뤄졌다’는 식으로 이해를 구하는 상황을 사전에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