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위협에 “지켜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수 있느냐’는 질문엔 “우리는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이 반발하는 ‘리비아식 해법’에 대해 “정해진 틀은 없다. 대통령이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트럼프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회담이 무산되면 ‘최대의 압박’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의 위협에 미국은 일단 신중한 대응에 나선 분위기다. 백악관은 북한이 거부하는 리비아식 해법에 대해 꼭 그런 것은 아니라며 협상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북한이 끝내 회담을 무산시킨다면 군사 옵션을 포함한 확고한 징벌이 있을 것임을 은근히 경고했다. 협상 국면인 만큼 말은 부드럽게 하되 큰 몽둥이는 내려놓지 않겠다는 회유와 압박 외교다.
백악관이 말한 트럼프식 모델은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각종 비핵화 해법의 조합이 될 것이다. 속전속결 이행을 전제로 한 일괄타결 방식이자 선(先) 핵 포기와 국외 반출, 강화된 사찰 수용을 통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악의 합의”라고 거부한 이란식 단계적 이행은 해법이 될 수 없다. 북한의 공격 표적이 됐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도 CVID 목표를 거듭 확인하면서 “북한이 핵 포기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싱가포르 회담은 매우 짧게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27 판문점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고, 중국 방문에선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강조했지만 구체적 이행 방안을 내놓은 적이 없다. 완전한 비핵화를 어떤 절차와 방법으로, 언제까지 이루겠다는 것인지 밝힐 때가 됐다. 북한은 지원사격에 나선 중국 뒤에 숨어 미국이 알아서 양보해주길 바라는 눈치지만 그런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