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3년 연애 끝에 결혼한 신혼부부. 연애 시절부터 알뜰했던 여자는 신혼여행도 국내로 가자고 할 정도로 알뜰했다. 그렇게 3년을 살다 보니 남편은 해외여행을 한번 가고 싶었다.
“자기야, 우리 이번 휴가는 해외로 가면 안 돼? 나 여권 만들고 비행기 한 번도 못 타봤어!”
“그러게 왜 만들었어!”
남편은 용돈을 줄이겠다는 공약까지 내걸었고, 결국 부부는 난생처음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자기야, 수영복 꼭 챙겨!”
“싫어. 나 수영복 안 입을 거야.”
“무슨 소리야! 발리에 가면서 수영복을 안 가져가다니.”
발리에 도착한 남편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물속에서 한참을 놀던 남편이 말했다.
“자기야, 들어와. 엄청 시원해.”
“아니야, 난 괜찮아!”
“자기, 수영복 안 가져온 거 아니지?”
잠시 후, 아내는 수줍게 수영복을 입고 나왔는데, 아무리 봐도 수영복이 이상해 보였다.
“그거… 수영복 맞아?”
“어? 아… 수영복 비슷한 거야.”
아내는 흰 티셔츠를 입고 그 위에 수영복 비슷한 걸 입었는데, 남편은 아내의 등을 보는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옷 뒤에는 ‘중등부 ○○○’이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은 처남 이름이었고, 처남은 중학교 때까지 레슬링 선수였다. 고로 그 수영복 비슷한 옷은 처남의 레슬링복.
“자기야, 어때? 멀리서 보면 티 안 나지?”
아내는 “나 잡아봐라”를 외치며 해변가를 뛰어다녔는데, 그의 독특한 수영복을 보고 외국 여성이 다가오더니 물었다.
“웨어 아 유 프럼(Where are you from)?”
“음… 프럼 코리아. 와이(Um… from korea. Why)?”
“오! 디스 이즈 갱냄 스타일(Oh! This is Gangnam style)?”
그 외국 여성은 아내의 수영복이 특이하다며 사진을 찍고 싶어 했다. 아내의 강남스타일이 동남아에 전파됐다.
부부는 다음 해에 또 사연을 보내왔다. 그 사연도 ‘역대급’이었다. 작년에 해외여행을 다녀왔으니 올해는 안 된다고 아내가 말해서 둘은 안면도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자기야, 요즘 ‘래시가드’라는 거 많이 입던데, 휴가 갈 때 나도 그거 하나만 사줘!”
“걱정 마. 이미 주문해 놨어!”
남편은 아내가 준 래시가드를 입고 조개를 잡았는데 이상하게 평소보다 땀이 더 많이 났다. 벗어서 제품 정보를 보니, 래시가드 비슷한 그 옷은 겨울용 내복이었다.
올해는 무더위가 일찍 시작될 거 같은데, 올여름 이 부부의 휴가가 너무 궁금하다.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