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현대화-세계화에 반평생… 1993년 한국인 첫 파리패션쇼 참가 저고리 없는 드레스로 큰 반향… 평창올림픽 개회식 한복도 제작
전 세계에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전하며 한복의 현대화에 앞장섰던 이영희 한복 디자이너(사진)가 17일 0시 40분경 별세했다. 향년 82세.
2월에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한복 의상을 디자인할 만큼 최근까지 활발한 활동을 했던 고인은 한 달 전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병세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1936년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전업주부로 살다가 마흔이 되던 1976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이영희 한국의상’을 열면서 한복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섰다.
고인은 1993년 한국 디자이너 최초로 프랑스 파리 프레타포르테 쇼에 참가했다. 당시 선보인 저고리 없는 한복 드레스는 ‘격식 없는 옷’이라는 비난을 받는 동시에 ‘한복의 현대적 재구성’이라는 찬사도 받으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르몽드의 패션 전문기자 로랑스 베나임은 고인의 한복에 ‘바람의 옷’이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고인이 ‘바람의 옷 디자이너’로 불리기 시작한 게 그때부터였다. 고인은 ‘한국의 기모노’라고 불렸던 한복이 ‘Hanbok’이라는 고유명사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날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는 가족들이 조문객들을 맞이하며 조용히 슬픔을 나눴다. 빈소에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간호섭 한국패션문화협회 회장, 패션디자이너 이상봉 씨 등 지인들이 보낸 조화가 가득했다.
딸 이정우 패션디자이너는 “어머니는 유명 인사의 한복보다 알음알음 찾아오는 일반 고객들의 한복 짓는 일을 더 사랑하셨다”며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남북 관계가 개선되는 상황을 보고 ‘또 할 일이 생겼다’며 기뻐하셨는데 황망하다”며 슬퍼했다.
유족으로 남편 이종협 씨, 아들 선우 용우 씨, 딸 정우 씨, 며느리 연지은 씨, 사위 최곤 씨가 있다. 외손자 며느리는 배우 전지현이다. 발인은 19일 오전 6시. 02-3410-6917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