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도 인기를 끈 아기 유튜버 ‘뚜아뚜지’. 4M Story 제공
“우리가 무슨 노래 듣고 있을까요? 맞혀보세요!”
앙증맞은 헤드폰을 낀 네 살배기 쌍둥이가 등장하자 스튜디오에선 탄성이 쏟아졌다. 음악에 맞춰 요리조리 몸을 흔드는 순간, 출연자들은 연신 탄성을 지르며 무장해제. 이쯤 되면 누가 연예인인지 헷갈릴 지경. 5일 시작한 MBC 예능 ‘뜻밖의 Q’에서 시청자를 사로잡은 건, 여타 방송인이 아니라 아기 유튜버 ‘뚜아뚜지’(어수아·어수지)였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던 ‘재야의 고수’ 크리에이터들의 TV 예능 출연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2016년 전후 ‘대도서관’ ‘헤이지니’ ‘양띵’ 등이 교양프로그램 등에 조금씩 진출하기 시작했지만, 요즘엔 아예 예능프로그램의 고정 출연자로 나선다.
이유는 자명하다. “인터넷 문화에 친숙한 젊은 시청자를 유혹하려는 방송사와 TV 출연을 통해 인지도 상승을 꾀하는 크리에이터들의 윈윈 전략”(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이란 의견이다. 과연 이들의 ‘마리아주’는 성공할 수 있을까. 방송에 출연한 크리에이터 4명의 현재 성적을 대중문화평론가와 업계 관계자, 시청자 반응 등을 종합해 별점으로 매겨봤다.
▽뚜아뚜지(★★★★·별 5개 만점)=한마디로 ‘올킬(All Kill)’이다. 첫 등장만으로 이모 삼촌의 마음을 확 사로잡았다. 실제로 ‘뜻밖의 Q’ 출연 뒤 수많은 TV 출연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그들이 입은 옷을 구입하고 싶단 문의도 끊이지 않는단다. 걱정은 따로 있다. 급작스럽게 커져버린 대중의 관심이다. 아버지 어성진 씨(37)는 “너무 감사하면서도 아이들이 상처받을 일이 생길까 걱정스럽기도 하다”며 “최대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방송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먹방으로 주목받고 있는 ‘입짧은햇님’(왼쪽). tvN 캡처
▽입짧은햇님(★★★)=입짧은햇님(김미경·37)이 먹방계에서 주목받은 건, 이웃집 누나처럼 맛있게 먹으며 편안하게 대화하는 친근함이었다. 하지만 tvN ‘놀라운 토요일’에서 보여준 모습은 다소 아쉽다. 전문 방송인들에 밀려 자신의 강점을 보여줄 기회를 놓치는 모양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일단 인터넷방송 시절부터 딱히 흠잡을 일이 없어 ‘조기하차’할 걱정이 없다. ‘놀라운…’의 이태경 PD는 “너무 개성 강한 크리에이터는 위험부담이 커서 성숙하고 친화력이 뛰어난 ‘햇님 누나’를 섭외했다”며 “갈수록 진가를 발휘할 타입”이라고 설명했다.
▽장삐쭈(★★★☆)=자칭 타칭 ‘더빙 아티스트’인 장삐쭈(장진수·27)는 요즘 트렌드에 가장 잘 맞는다. 기존 영상에 더빙을 입혀 아예 새로운 내용을 만드는 작업을 선보이는데, 특유의 개그와 날카로운 풍자가 돋보인다. 지난해 tvN ‘SNL’에 이어 ‘뜻밖의 Q’에선 퀴즈 출제자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다만 종전에 자유롭게 사용하던 비속어와 ‘급식체’(중고교생이 즐겨 쓰는 은어나 말투)를 쓸 수 없는 환경에서 어떻게 B급 감성을 이어갈는지가 관건.
거침없는 축구 입담 ‘감스트’(가운데). MBC 제공
▽감스트(★★)=최근 축구 관련 콘텐츠에서 감스트(김인직·28)만큼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이도 없다. 거침없고 솔직한 입담이 듣는 이의 가슴을 뻥 뚫어준다. 그런 그가 최근 MBC 러시아 월드컵 디지털 해설위원으로 위촉됐다는 소식에 상당수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인터넷에서도 욕설로 방송정지 처분을 받았던 감스트가 TV에? 그다지 축구 지식이 깊지 않단 의견도 있다. 한 지상파 스포츠전문 PD는 “거침없이 날뛰는 게 강점이던 감스트가 MBC 타이틀이란 족쇄를 달고도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