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안병민 한국교통硏 선임연구위원 “北철도 80%, 노후화로 제기능 못해… 전력 부족해 열차 멈춰서기 일쑤” 금융위 “철도 현대화에 83조원 들듯”
부식돼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북한 철도 교량. 동아일보DB
2011년까지 북한을 49차례나 방문해 철도 도로 등을 샅샅이 훑어본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59) 얘기다.
북한 교통망은 주철종도(主鐵從道)여서 철도가 근간이고 도로는 보조수단이다. 철도가 전체 여객 수송량의 60%, 화물 수송량의 90%를 담당한다. 북한에는 2013년 현재 약 5300km 길이의 철도가 깔려 있다. 남한(3560km)의 약 1.5배다. 김일성은 “철도 운영은 인체에 비유하면 혈액이 순환되는 것과 같다”고 말할 정도로 중요하게 여겼다. 하지만 현재 북한은 피가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 북한 화물열차와 여객열차 속도는 시속 10∼15km 수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2시간13분23초에 마라톤을 완주한 황영조의 평균속도는 시속 19km 정도다. 엔진 성능이 떨어질뿐더러 노후한 철도나 교량이 고속 주행을 버티지 못한다는 것. 가장 빠른 열차가 김정일이 방중 때 탄 평양∼신의주 국제열차인데 이 역시 시속 45km에 불과하다.
안 선임연구위원은 “전체 철도 중 약 80%는 노후해 제 기능을 못한다고 보면 된다”며 “북한 철도는 ‘불비, 불편, 민망’ 상태다.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라고 했다. 그만큼 북한 철도사업은 한국으로선 기회다. 하지만 리스크도 있다. 무엇보다 비용 부담이 크다.
금융위원회가 2014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철도 현대화에 필요한 비용은 83조 원(약 773억 달러). 북한 철도 현대화 지원에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북핵 담판이 결실을 보고 북한 경제가 개방된다 해도 부산에서 독일 베를린행 유라시아 급행열차를 타게 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과 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안 선임연구위원은 “수익성이 높은 구간을 선별해 다자 간 협력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